2010년 겨울은 유달리 추웠습니다. 대설주의보가 내려지는 날이면 버스가 2~3시간씩 도로에 멈춰서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눈 쌓인 거리를 걷다보면 발가락은 꽁꽁 얼고, 두 볼은 찬 바람에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동아일보 인턴기자 첫 날. 양 어깨에 묵직한 가방을 하나씩 둘러메고 멘토 선배 뒤를 따라나섰습니다. 선배는 뒤뚱뒤뚱 걷는 저를 뒤돌아보시며 “기자가 되고 싶냐? 하지 마라. 고생이다”라는 말을 툭 던지셨습니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날카로운 눈매, 다부지게 다문 입. 제가 상상했던 기자의 모습 전형이었던 그 선배의 말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뜻으로? ‘정신 차리자. 넌 무시무시한 기자 세계에 발을 디딘 거야’라며 바짝 신경을 곤두세웠습니다.
며칠 뒤 박태환 선수를 인터뷰해 작성한 짧은 기사를 그 선배께 메일로 보내고 초조하게 반응을 기다렸습니다. ‘뭐? 이런 형편 없는 녀석이 기자를 하겠다고?’ 하면 어쩌지?
“잠깐만 기사 얘기 좀 하자.”
선배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 기사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친절히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어. 꾸준히 노력하면 나아질거야. 취재하느라 수고했고….”
밝게 웃으며 섬세하게 조언해주는 선배 덕분에 제 조바심도, 기자에 대한 선입견도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취재 후 선배들과 가졌던 술자리는 물론이고 사장님, 편집국장님과의 대화에서도 동아일보가 정말 ‘사람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정이 넘치는 언론사’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인턴기자는 한 번 만나고 끝나는 인연이 아니다. 한 명, 한 명 모두 동아일보 가족이다”라는 편집국장님의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머리엔 차가운 지성을, 가슴엔 뜨거운 휴머니즘을 지닌 기자의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으신가요? 그럼 지금 바로 ‘동아(東亞)줄’을 잡으세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동아일보에선 잊지 못한 추억을 만드실 수 있답니다.

지갑을 가만 열어보니 동아일보 인턴기자증이 눈에 들어옵니다. 2010년과 함께 시작했던 인턴기자 활동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왔던 올 1월.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볼펜을 쥐고 취재수첩을 빼곡히 채워갔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추위가 절정에 달했던 1월 셋째 주. 사회부에서 일했던 저는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의 재개발 현장에서 외국인 사업주의 보상문제를 취재했습니다. 손가락이 얼어 글씨조차 쓰기 힘들었지만 어려움을 토로하던 상인들의 사연을 외면할 수 없어 그들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적었습니다.
그러나 의욕만 앞섰던 취재는 결국 ‘킬(kill)’되고 말았습니다. 아팠지만 철저한 사전조사와 명확한 문제의식 없이는 좋은 기사가 탄생할 수 없다는 교훈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인터넷 결합상품 약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는 저에게 기자라는 직업이 주는 짜릿함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가입되는 인터넷 결합상품 약정 사기를 파고들었지만 취재원을 확보하지 못해 벽에 부딪힌 적도 있었습니다. 어렵사리 피해사례를 찾고 인터뷰에 나섰습니다. 취재과정에서 멘토 선배 기자가 던져주는 조언들은 고비마다 장애물을 넘는데 결정적인 힘이 됐습니다.
그 기사는 1월 27일자 동아일보 경제섹션 1면에 실렸습니다. 선배의 바이라인과 함께 인쇄된 제 이름 석자를 확인했을 때의 흥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통신사의 항의도 받았지만 제 기사 덕분에 피해를 보지 않았다며 고맙다는 독자들의 전화를 받으며 내가 왜 기자라는 직업에 도전하고 있는가를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동아일보 인턴기자로 활동하면서 취재, 기사쓰기 등 실무 뿐 아니라 기자로서의 기본적 자세와 선배 기자들과의 교류,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인턴 동기들까지 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언론인을 꿈꾸는 여러분. 이번 여름방학 동안 동아일보에서 인턴기자 경험을 한다면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것들을 잡으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