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9일 초강경으로 급선회했다. 정부가 최상룡(崔相龍)주일대사를 업무협의 명목으로 일시 귀국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그동안 견지해온 ‘신중한 외교적 대응’이 전격 수정됐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미온적 대응을 질타하는 정치권과 국민 여론에 밀려 뒤늦게 ‘쇼크 요법’을 쓰기로 결정한 것.

이에 대해 정부 일각에서는 “여론의 뭇매를 맞더라도 한일관계의 큰 틀을 지키며 의연하게 대처하자던 초심(初心)이 국내정치적 부담에 밀린 꼴”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왜 급선회했나〓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최대사 일시귀국 조치에 대해 “교과서문제 대응 방식을 외교부 차원에서만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도 “9일 오전부터 ‘위쪽’의 기류가 강경으로 급선회했다. 국내의 비난여론을 견디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기류가 변했다는 뜻이다.

청와대측은 그동안 교과서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하며 “외교부에서 다 알아서 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정부는 무엇을 하는가”라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데다 이번주 국회의 대정부 질의에서도 집중포화가 예상되는 등 정치적 부담이 커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강경 방침을 외교부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효과는 있나〓정부는 그동안 △일본의 유엔 안보리 진출 반대운동 전개 △일본문화 추가개방 중단 △천황 호칭 변경 △주일대사의 소환 또는 일시귀국 △중국과의 연대 등 강경 방침에 부정적이었다. ‘소탐대실(小貪大失)’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정부가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오히려 일본을 자극해 교과서 재수정 등 실질적 조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정부 당국자들은 주일대사의 일시귀국 조치에 대해서도 ‘정부가 오죽 (국내적으로) 어려우면 이러겠느냐’며 단기적 효과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환과 일시귀국은 어떻게 다른가〓소환은 양국간 외교현안이 해결될 때까지 대사를 주재국으로 돌려보내지 않는 초강경 조치다. 상호 이익이 맞부딪치는 외교 사안에서 ‘완전 양보’란 있을 수 없으므로 사실상 단교(斷交)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92년 대만이 한국의 단교조치에 항의하는 뜻으로 대사를 소환한 적이 있다. 일시귀국은 업무협의가 끝나면 주재국의 조치 여부에 관계없이 임지로 귀환하게 된다. 물론 일시귀국도 상대국에 대한 외교적 불만과 항의의 뜻이 담겨 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