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모의 검
여정(본명 박택수, 70년 대구 출생, 계명전문대 경영학과 졸, 현재 '시나인'동인)
혹자가 말하길,입속은 자객들의 은신처란다.그들이 즐겨쓰는 무기는 ‘
영혼을 베는 보검’으로 전해오는 자모의 검이란다.을씨년스런 날이면 자
객들은 검은 말을 타고 허허벌판을 가로질러 어느 심장을 향해 힘차게
달려간단다.천지를 울리는 말발굽소리 어느 귓가에 닿으면 그들은 어김없
이 이성의 칼집을 벗어던지고 자모의 검을 빼어든단다.바람을 가르는 소
리 한 영혼의 목을 뎅거덩 자르고나면 자객들은 섬¿한 미소로 조의금을
전하고 또 다른 심장을 향해 말 달려간단다.그날에 귀머거리는 복 있
을진저,자객들의 불문율에 있는 ‘귀머거리의 목은 칠 수 없다’는 조항
에 따름이라.
혹자가 말하길,자모의 검에 찔린 사람들은 귀부터 썩어간단다.귀가 썩
고 뇌가 썩고 심장이 썩고,썩고 썩어 생긴 가슴의 커다란 구멍으로 혹
한기의 바람이 불어대고 수많은 까마귀 떼의 날개짓이 장대비처럼 내린단
다.그 부리에 생살이 뜯기고 새하얀 뼈를 갉히며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
져 버린단다.그날에 수다쟁이는 화 있을진저,더 많은 까마귀 떼를 불러
들임이라.
자객들의 말발굽소리 요란한 날이면 너희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두손으
로 귀부터 틀어막고 묵직한 바위 뒤에 숨어 최대한 몸을 낮춰라.그리하
면 자객들이 탄 검은 말들이 너희를 비켜가리니,자모의 검일망정 결코
너희를 해(害)치 못 하리라.귀 있는 자들은 들어라.이 말로 더불어
너희가 그날에 ‘복 받았다’일컬음을 받을지니,부디 그날에 너희에게 복
있을진저,혹자의 말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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