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저녁식탁
오화영(61년 서울 출생, 86년 홍익대 미대 도안과 졸)
아이의 양뺨이 터질듯이 붉어있었다.그토록 반짝거리고 춤추는 듯한 눈
동자를 언제쯤 봤지?
『왜 그랬어!』
무섭게 노려보는 눈길에 아이의 눈동자는 점차 빛을 잃고 마침내는 눈
물방울까지 글썽거렸다.고개로 두 고개,먼길이었다.
나는 갓길조차 제대로 없는 굴곡진 도로와 그 위를 제집이나 되는 듯
이 맹렬히 질주하는 덤프트럭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게다가 폭설이었다
.
아이를 마중나간 남편은 불안한 마음으로 학교주변을 서성거릴 터였다.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푸하하!』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한 에미답지 않게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젓가락같은 사지와 예쁘장한 얼굴로 항상 과보호의 대상이었던 아
이였다.나는 비로소 오랜 근심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서른 일곱.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엔 늦은 나이였고,포기하기엔 너무 젊
은 나이였다.
1997년의 겨울을 아홉살된 아들과 서른일곱이 된 나는 남들이 보기
엔 위험천만하고 어설픈 도전으로 보내고 있었다.
따르릉….마침내 당선됐단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다준 아들 영진이와 노트북을 살
짝 밀어내고 검은 눈망울을 깜빡이던 딸 지영이,얼음송곳같은 모니터로
가장 날 힘들게했던 남편 서광수씨와 존경하는 엄마 박건화 여사께 사랑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특히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올곧은 자세와 비법
을 낱낱이 전수해 주신 영상작가 전문교육원의 선생님들께 머리숙여 깊이
인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