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대상에 오른 작품은 '헤드라이트' (김순희), '무면허' (김단), '내 마음의 괘종시계' (안덕훈), '레고로 만든 집' (윤성희) 네 편이었다.
'헤드라이트'는 내면화엔 성공하고 있으나 불균형한 구성과 감정의 지나친 노출이 결함으로 지적됐다. '무면허'는 미래소설이면서도 주제가 특별히 새로울 것 없다는 결함이 지적됐다.
최종적으로 남은 작품은 '내 마음의...'와 '레고로...' 이었다. '내 마음의...'는 월북한 남편을 그리며 살고 있는 이모를 통해 분단의 비극을 수채화처럼 잔잔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과장없는 이야기 전개와 무리없는 문장, 잔잔한 터치가 호감을 주었으나 추신 부분이 문제가 됐다. 작가의 최종 위치가 선연히 확인되는 추신 부분의 대사는 전체구조와 개연성을 확보하지 못했을 뿐더러 너무 돌출돼있어 오히려 작품 전체에 대한 신뢰감을 결정적으로 깨뜨리고 있다고 보았다.
깊은 토론 끝에 최종적으로 '레고로...'을 선택했다. 이 작품은 부진아인 오빠와 칩거하는 아버지를 부양하는 젊은 여자의 희망없는 삶을 섬세한 필치로 군더더기 없이 그려내고 있다. 복사기로 얼굴을 떠내는 장면이나 죽어가는 고양이의 울음소리 등은 절망에 찬 세기말적 우리의 자화상으로 읽힌다. 특히 감상에 빠질 함정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잘 여며서 바느질하듯 한땀 한땀 화자의 내면을 그려낸 솜씨가 높이 살 만하다. 주문이 있다면 이 작가가 좀더 새로워지고 힘있어지길 바라는 것이다. 작가의 정진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