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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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1998







윤성희
1973년 경기 수원 출생
청주대 철학과,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나는 부산행 기차에 있었다. 당선을 알리는 전화가 집으로 걸려왔을 때, 나는 기차 안에서 잠을 자거나, 책을 읽거나, 음료수를 마시거나 했을 것이다. 정확히 그 시간에 무엇을 했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몸을 뒤척일 때 가슴 속을 무엇인가가 따끔거리며 지나가지 않았고, 지나가는 풍경이 유난히 살갑게 보이지도 않았다. 만약 기차를 타기 전에 당선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면, 그 풍경들은 어떤 의미로 내게 다가왔을까.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나는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걸었다. 가만히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그 모습이 참 외로워 보인다. 한쪽 발이 땅에 닿는 동안 다른 한쪽 발은 허공에 떠있어야 하는 '걷다'라는 행동은 나를, 사람들을 외롭게 만든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우리들은 서로 어깨를 기대고 서 있어도, 얼구렝는 혼자라는 표정을 지우지 못한다. 언제나 외발일 수밖에 없는, 무심한 표정으로 어깨를 스치며 지나가는 길 위에 있는 사람들을 내 마음 속으로 끌어오고 싶다. 앞으로 내가 쓴 소설은 '걷는 중' 이었으면 좋겠다.

졸업을 하고도 한동안 서성거려야 했던 명동의 조그만 그 학교와 교수님이 아니었으면 어찌 내가 소설을 쓸 생각을 했을까. 부모님과, 박기동교수님 그리고 초라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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