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당선작
2003
2002
2001
2000
1999
1998
|
 
 
|
김태웅
1966년 경기 남양주 출생
서울대 철학과 졸업
공연예술아카데미 수료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 전문사 과정
어느 해, 봄날 지리산 이름 모를 후미진 골짝을 찾아든 적이 있다. 물론 동행들도 있었다. 살랑이던 바람, 가지들 사이로 빠져든다? 그렇다. 끌려 들어간 느낌이 짙다. 어느 여울목 너럭바위 위에 걸터앉아 염소처럼 갓 고개를 내민 이름 모를 풀잎들 씹으며 매장된 역사, 매장된 전설을 생각해 보고 있었다. 일행 중 하나는 흐르라는 뜻을 오독했는지, 아니면 돌이 되고 싶었는지 물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의 팔다리가 없어진다. 그의 몸뚱이가 없어진다. 그의 얼굴만 남다가 그 얼굴도 없어진다. 그 얼굴이 없어진 자리, 그의 얼굴이 찢어놓았던 그 공간에 둥근 빛덩이 하나만 남는다. 겁이 난다. 그리로 빠져들 것만 같다. 그래도 본다. 그 빛덩어리가 타들어간다. 그것은 암흑이면서 빛이었다. 보이지 않던 까마귀 한마리가 이제 막 날갯짓을 치며 비상한다.
돌아와 꿈을 꾼다. 왼쪽 넓적다리를 무언가 몹시 쪼아댄다. 넓적다리를 찢고 무언가 나온다. 그걸 손으로 끄집어낸다. 부리가 달린, 긴 머리의 여자다. 팔다리는 새의 그것이다. 그것이 까맣게 죽어서 내 손에 잡혀 있었다. 저기서 어머니가 광주리에 감자를 담아 내게로 오시는데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
내가 어디 나인가? 주마(酒魔)가 될 잡놈을 연극의 길로 인도해 준 선생님들과 미술, 음악, 영화, 무용 형태는 다르지만 나의 육체적 정신적 토양일 된 학교의 분위기, 그리고 삶의 훈기를 느끼게 한 모든 사람에게 쑥스러운 고마움을 보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