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중학생 논술 클리닉

  • 입력 2006년 10월 17일 03시 05분


▼논제▼

글 (가)는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며, 글 (나)는 가난으로 인해 발생된 왕룽 일가의 한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 글 (나)에서 왕룽이 겪고 있는 갈등 양상을 설명하고, 이런 그의 행동이 옳은 것인지 자신의 생각을 600자 내외로 논하시오.

▼학생글▼

■ 전영현·충남 금산군 금산여중 1학년

제시문 (가)에 나온 것처럼 인간의 삶은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어쩔 땐 인형이 갖고 싶고 어쩔 땐 그런 것들이 별로 쓸모가 없으나 욕심이 생겨 막 사달라고 하거나 또는 유행에 따라 사고 버리는 욕구를 갖게 된다. 충동구매 역시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우리는 욕구를 꼭 도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일상적으로 우리 주변에서 생겨나는 작은 일이지만 두려움에 떠는 도둑질 등은 도덕적으로도 욕구가 너무 지나쳐 그 한계를 넘어 버린 것 같다. 이런 상황을 왕룽 일가의 갈등양상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도 왕룽은 도덕적 양심이나 바른 생활은 아직 남아 있다. 하지만 아이들과 아내는 다르다. 더 좋고 더 맛있고 풍족하게 먹을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성격이다. 다시 말해 왕룽의 자식이 고기를 훔쳤다는 것은 욕구가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한다. 아내도 마찬가지이다. 왕룽이 고기를 건져 땅바닥에 내팽겨쳤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헹구어 국솥으로 집어넣는 행동은 아내도 고기에 미련이 남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은 언제나 욕구가 생긴다. 그 욕구를 적절하게 조절하며 살아야지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다. ‘욕구가 많다고 해서 안 좋다’라는 것보다는 ‘욕구가 많아도 욕구가 적어도 도덕적이고 자신에게 떳떳하면 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사는 우리나라 국민이 되었으면 한다.

■ 박수정· 경남 의령군 의령여중 3학년

제시문 (나)에서 왕룽은 배고픔을 채우는 것, 즉 욕구 충족보다는 훔친 것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도덕규범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런 그의 태도는 “우리는 거지일망정 도둑놈은 아니다”라는 말에서 잘 나타난다. 굶더라도 도덕규범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왕룽은 도덕규범이 기본적인 욕구 충족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도덕적 가치를 추구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기본적인 욕구 충족이다. 사람의 삶은 욕구를 충족시켜 나가는 과정이다. 가치에 서열이 있는 것처럼 욕구에도 서열이 있다. 기본적 욕구도 충족시키지 못한 채 정신적인 욕구를 채우려 하는 것은 훌륭해 보이기는 하겠지만 끼니도 잇지 못하는 사람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고 나서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나친 욕심일 뿐이다. 욕구 충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오란은 “고기는 고기일 뿐”이라고 말한다. 고기는 먹어서 욕구를 충족시키는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사람이 도덕규범을 지키는 것은 삶을 더욱 뜻있고 보람차게 살아가기 위해서, 즉 잘살기 위해서다. 그러니 굶어죽고 난 뒤에는 도덕규범은 아무 의미가 없다. 따라서 왕룽의 행동은 만용에 지나지 않는다.

▼총평▼

글 (가)는 도덕규범에 대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글 (나)는 펄벅의 ‘대지’ 중 일부로서 아들이 훔쳐온 고기를 두고 왕룽과 그의 아내 오란이 갈등을 벌이는 장면이다. 이러한 ‘왕룽일가’의 갈등 양상에 초점을 두고 글 (가)에서 제시하고 있는 도덕규범의 내용을 근거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는 것이 이번 논제의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마다 다른 도덕적 가치관을 통해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하게 드러날 수 있다.

이번 논제는 먼저 도덕규범에 관해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며, 왕룽의 갈등양상을 바탕으로 논자의 견해를 밝혀야 한다. 그러나 논제에 제시된 ‘왕룽의 갈등 양상’을 분석하지 않고서 그의 행동이 옳으냐, 옳지 않으냐는 식의 결과만 제시한 글이 많아 아쉬웠다. 논제의 조건을 따르는 것은 논술의 기본자세임을 알아야 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도덕규범이 무엇인지 기준을 세우는 것이 논리적인 견해를 밝히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전영현 학생은 논제에 따라 왕룽의 갈등 양상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다. 또한 인간이 추구하는 욕구와 도덕규범의 관계를 적절한 예를 통해 잘 이해하고 있다. 주어진 논제에 따라 논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은 논술에 있어 매우 기본적인 자세이며, 논술의 기초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가운데 사용하고 있는 어휘의 문제이다. ‘∼것 같다’, ‘성격이다’, ‘느낄 수 있다’라고 제시한 서술어들은 모두 문장 호응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이 가운데 ‘∼것 같다’는 식의 표현은 논술문에서 요구하는 단호하고 간결한 문장처리를 방해하는 표현이다. 이런 이유에서 문장 하나하나를 완성하는데 문법적 체계에 맞춰 완벽하게 제시하는 연습을 평상시 해야 한다.

박수정 학생의 글에서는 도덕규범에 앞서 인간은 기본적인 욕구 충족이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굶어 죽고 난 뒤에는 도덕규범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논리이다. 즉 도덕규범과 기본적 욕구의 복잡하고 난해한 관계를 ‘서열’이라는 용어로 기준을 세워 우선순위를 매긴 것이 돋보인다. 이처럼 어렵고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개념을 하나의 잣대를 설정하고 그 기준을 세우는 것은 자신의 주장을 드러낼 때 독자에게 논리적인 틀을 제공할 수 있어 유용하다. 그러나 논자가 제시하고 있는 ‘기본적·정신적 욕구’라는 것이 어떤 측면에서 논할 수 있는 것인지 그 의미가 모호하다. 또한 마지막 문장에서 ‘만용’이라는 단어로 왕룽을 평가한 대목은 도덕규범에 따라 행동한 그를 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이런 경우 용어에 대한 의미를 잘 알고, 적절한 상황에 맞게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학생 모두 논제에 따라 논지를 분명히 하고 있으나 어휘 선택에 있어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김재필 LC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다음논제 써서 보내요▼

글 (가)와 (나)는 국가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두 글에서 제시하는 국가의 의미를 각각 분석하고, 어느 쪽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자신의 견해를 6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제시문▼

(가)파시즘 독트린(무솔리니, 1932)

국가 안에 모두가 있고, 국가 밖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으며, 국가에 반대하는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를 떠나서는 인간과 영혼의 가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이 국가를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창조한다. [사회, 중2, 116쪽]

(나)아리스토텔레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기를 원한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집단은 가정이다. 가정이 커지고 그 수가 늘면 마을에 이르게 된다. 다시 마을이 커지고 그 수가 늘면 이것들이 모여서 민족과 국가를 이루게 된다. 따라서 국가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는 여러 집단들의 마지막이자 최고의 단계라 할 수 있다. [도덕, 중2, 185쪽]

박승렬 LC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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