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리더’를 키워라

  • 입력 2007년 4월 30일 02시 56분


CEO서 신입사원까지 리더십교육 열풍… “팀장 스트레스가 낳은 새 풍속도” 분석도

담배 제조회사인 BAT코리아는 이달 일반 사원을 대상으로 한 그로스 아카데미(Growth Academy)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18명이 합격한 이 리더십 교육은 일반 사원 850명 가운데 200여 명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 회사는 신입 사원에게 2년 동안 집중 교육을 시킨 뒤 관리자로 임용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직장인 사이에 리더십 교육 바람이 뜨겁다. 이전에는 임원 등 고위 간부가 주로 받던 리더십 교육의 대상이 중간 간부는 물론 일반 사원에게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1] 전직 임원-교수 등 경영 코치에 비밀과외

CJ푸드시스템 서비스 아카데미의 김주연 팀장은 얼마 전 회사에서 지원을 받아 리더십 교육기관 휴넷의 ‘팀장 리더십’ 3개월 과정을 마쳤다. 그는 “3년 전 팀장이 되면서 줄곧 리더십에 대한 부담을 느껴 왔다”며 강의를 들은 이유를 밝혔다.

한국화이자는 3월 미국의 리더십 전문 교육기관인 CCL과 함께 3박 4일 동안 리더십 합숙 교육을 실시했다. 이 교육에는 한국화이자 아멧 괵선 사장이 참가해 팀워크 강화와 팀별 논의 등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모토로라코리아는 지난해 외부 강사를 초빙해 임원들에게 일대일 교육을 받게 하는 코칭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과외를 받는 최고경영자(CEO)나 임원도 많다. 전직 대기업 임원이나 대학교수 등의 전문 경영 코치에게서 도움을 받으려면 6개월에 1000만 원 정도의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철저하게 비밀이 보장되기 때문에 CEO 사이에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2] “우수인력 확보” “리더 예비 훈련”

리더십 교육의 도입 배경에 대해 기업들은 ‘우수 인력의 자체 확보’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BAT코리아 인사부 구회경 차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의 내부 인력 풀을 보강한다는 것이 리더십 교육 제도의 도입 취지”라고 말했다.

직원 개인의 필요도 늘었다. SK㈜는 직원들의 요청으로 2004년부터 예비 팀장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을 받은 한 예비 팀장은 “리더가 되는 데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김현기 책임연구원은 “과거에는 기업의 오너나 최고경영층에서만 리더십에 관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하위급 사원들에게도 역량 발휘와 개인 책임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3] 리더십 산업 1년 새 매출 4배 오르기도

리더십 교육기관 등 관련 산업도 성장세다. 한 리더십 교육기관 관계자는 “리더십 산업의 범위가 모호해 전체 산업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1년 사이에 2배 이상 매출을 올린 리더십 교육 회사도 많다”고 말했다.

휴넷은 “올해 3월 리더십 강좌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직장인 리더십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H&K컨설팅의 ‘관리자 능력 향상 과정’ 강좌는 2004년 121건, 2005년 132건에서 지난해 181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4월까지 강좌 85건을 개설했다.

리더십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대해 공병호경영연구소 공병호 소장은 “기업이 대부분 팀 단위로 일을 하게 된 것도 한 이유”라며 “팀제 도입 후 조직 구조가 수직 구조에서 수평 구조로 바뀌면서 하위 직급자도 리더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팀장 스트레스’가 리더십 교육 열풍을 낳았다는 지적도 있다. 팀장 직제가 늘어나면서 팀원을 제대로 이끌 만한 역량을 쌓지 못한 직장인들이 팀장으로 승진하는 일이 많아지고, 이 때문에 외부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동아일보와 휴넷이 공동으로 팀장급 직장인 3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6.1%가 “팀원 능력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방법을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또 53.2%는 “팀원 능력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휴넷 조영탁 대표는 “팀제가 정착되면서 팀원과 갈등을 겪는 팀장이 많이 생기고 있다”며 “일과성 리더십 교육보다 조직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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