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주부인 엄 씨는 출근할 때마다 세 살 난 아이를 맡기느라 고생이 많았지만, LG전자가 평택 사업장에 만든 사내 보육시설을 협력업체에도 개방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LG전자는 여성인력의 복지를 위해 지난해 평택 사업장에 설치한 사내 보육시설을 올해 구미, 창원 사업장 등으로 확대하는 한편 이를 해당 지역 협력회사에 다니는 여성 인력에게도 개방해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전통적으로 인화(人和)를 강조해온 LG그룹은 기업의 특색있는 문화를 사내뿐 아니라 협력사, 지역사회 등으로 확대하면서 특유의 상생(相生)경영을 펼쳐나가고 있다.
○ 여성, 소외계층에 집중하는 사회 공헌
축구 스타 홍명보 씨, 지휘자 금난새 씨 등 스포츠, 문화예술계의 유명 인사들은 휴대전화를 걸 때마다 ‘착한 일’을 한다.
LG텔레콤은 자사(自社)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내 유명 체육 문화예술인의 휴대전화 통화료 전액을 적립해 투병 중인 백혈병, 소아암 어린이 치료를 돕는데 쓰는 ‘기분 좋은 통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LG그룹은 그룹 내 사회 공헌에 대해 “각 계열사의 지역기반, 또는 사업 영역과 조화를 이뤄 소외 계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특히 그 대상은 여성 및 아동복지, 소외계층 지원, 청소년 과학교육 지원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여성의 건강과 행복 실현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기업과 임직원이 함께 조성한 매칭펀드로 여성 가장의 건강검진과 질병 치료를 지원하는 ‘행복미소기금’ 사업을 벌이고 있다.
LG화학은 전남 여수, 충북 청주 등 각 지역 사업장별로 장학금 지원, 도서 기증 등 해당 지역의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국제전화가 주요 사업인 LG데이콤은 다(多)문화 가정이 한국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해외 이주노동자, 외국인배우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국사회 적응 및 언어 교육, 심리상담 및 치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LG복지재단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복지관을 설립해 기증하는 복지관 건립사업과 이동목욕차량을 기증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LG상남도서관은 지난해 ‘책 읽어 주는 도서관’을 개관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음성도서 서비스를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 실천
LG전자는 협력회사와 함께 혁신활동을 벌여 이를 통한 성과를 공유하는 ‘성과공유제’를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회사에 휴대전화 케이스를 공급하는 협력업체 신영프레시젼은 최근 LG전자로부터 제조 공정상의 문제점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연 4300만 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었다.
이교원 LG전자 구매전략그룹 부장은 “협력업체를 돕는 것이 LG전자의 장기적인 거래 안정성과 조달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라는 것이 성과공유제의 기본적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LG 측은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은 △협력회사의 자금지원 △중견인력 이동제 등 인력지원 △협력회사 교육지원 △성과공유제 등으로 구체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LG전자는 협력회사에 대한 자금지원 프로그램으로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840억 원을 지원했다. 결제 기간 30일 단축, 현금결제 시행 등을 감안하면 협력회사에 돌아가는 지원금은 연간 500억 원 규모다.
LG텔레콤, LG데이콤 등도 현금결제 범위를 늘렸고, LG CNS는 중소 협력업체의 보증보험 가입을 면제해 재정적인 부담을 덜어 줬다.
LG필립스LCD는 올해 6월 액정표시장치(LCD) 업계 처음으로 상생협력팀을 신설해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부품 등의 제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LG화학도 석유화학제품과 관련해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협력업체에 제공하는 ‘테크센터’를 운영하면서 상생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 청소년 과학교육과 산학협력
LG그룹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본사에서 청소년의 과학체험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LG사이언스홀은 올해로 개관 20년째를 맞고 있다.
이곳과 부산의 LG청소년 과학관을 포함해 LG의 과학체험시설을 방문한 청소년 등 관람객은 430만 명에 이른다.
LG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계열사의 특성을 살린 과학관련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LG전자, LG화학, LG필립스LCD가 각각 청소년의 과학교육을 위해 이동전자교실, 경북 구미교육청 부설 과학영재반, 청소년 화학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례.
이 밖에도 LG그룹은 대학, 연구소와의 다양한 산학협동을 실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LG전자-고려대 R&D센터 △LG전자-한양대 R&D센터 △LG이노텍-전남대 산학협력 △LG화학-카이스트 산학장학생 제도 △LG CNS-한양 사이버대학교 등 다양한 산학협동이 진행되고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 “사업계획 설명” 지방 노조 찾는 사장님▼
이 같은 노조 방문 설명회는 노조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LG그룹 사옥을 찾은 것이 아니라 김 사장이 직접 생산현장의 노조 사무실을 방문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들의 눈길을 끌었다.
LG화학은 노사 간 이해의 폭을 넓히고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매년 3, 4월 임단협을 진행하기 전 최고경영자(CEO)와 노조위원장이 참석하는 ‘노경합동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LG의 다른 계열사들도 ‘투쟁적인 노사(勞使)’가 아닌 ‘서로 존중하는 노경(勞經)’ 관계로 단단히 묶여져 있다.
LG전자는 올해 7월 영국, 폴란드 등 해외에서 노경협의회를 개최했다.
글로벌 경쟁이 불가피한 현실을 경영의 동반자인 노조도 인식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폴란드 생산현장을 방문한 장석춘 LG전자 노조위원장 등 노조 대표들은 생산성 및 품질 향상을 위해 국내의 전문가를 이곳에 파견하자는 데 즉석에서 합의했다.
이 회사 남용 부회장은 취임 직후인 올해 초 노조와 함께 등산을 하면서 “노사간 동반자 자세가 무르익어 2010년 글로벌 톱3라는 목표 달성이 이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LG필립스LCD는 수재민 돕기 등 사회공헌에 노사가 함께 참여하면서 파트너십을 다지고 있다.
소외계층 돕기 기금 조성에서도 회사와 임직원이 반반씩 부담한다.
이렇게 쌓은 파트너십이 있었기에 이 회사는 올해 4월 경영환경이 어려울 때 큰 어려움없이 임금 동결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는 하반기 실적 개선의 탄탄한 토대가 됐다.
LG텔레콤은 회사와 직원 간 합의를 통해 계약직인 영업 분야 근로자를 정규직의 전문 소매인으로 전환해 고용안정과 전문성 제고를 교환하는 우수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LG전자 노경팀장인 황상인 상무는 “LG전자는 1980년대 말 노사분규를 겪으며 경영에 타격을 입은 쓰라린 경험이 있다”며 “이후 노조를 동반자로 존중하는 문화가 그룹 전반에 뿌리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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