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독립경영 속 협력체제…
CEO 전문성-다양성 어우러져 ‘통신 최강’ 이끌어
2002년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변신한 KT그룹은 한국의 통신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모기업 격인 KT는 시내전화,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주요 계열사인 KTF는 이동통신 시장의 2위 회사다. 전국과 해외에 총연장 760만8551km에 이르는 광케이블을 확보하는 등 국가 기간사업자로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자산 총계 29조 원, 연매출 19조 원으로 올해 4월 기준 재계 서열 9위(민영화된 공기업 포함)인 KT그룹은 맏형인 KT를 중심으로 이동통신 사업을 하는 KTF, 무전기(TRS) 사업자인 KT파워텔,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인 KTH, 공중전화 사업자인 KT링커스 등 통신, 인터넷 분야 기업으로 이뤄져 있다. 또 최근 신규 진출한 콘텐츠 분야 기업인 싸이더스FNH(영화 제작), 올리브나인(드라마 제작) 등을 포함해 총 29개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KT그룹은 핵심 회사인 KT의 최대주주가 지분 3.5%인 국민연금관리공단일 정도로 소유가 분산돼 있는 점이 특징이다. 사외이사에 실질적인 권한을 둔 이사회 중심 경영과 각 계열사 사장 및 본사 사업부문장 중심의 독립 책임경영 체제로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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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 경영체제 이끄는 핵심 CEO들
2005년 8월 취임한 남중수 KT 사장은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올해 3월 사장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1982년 KT의 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한국통신) 출범과 함께 KT그룹에 합류했다. KT의 인사국장, IMT2000 추진본부장, 재무실장과 자회사인 KTF 사장을 거쳤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KT그룹을 잘 아는 최고경영자(CEO)’라는 평판을 회사 안팎에서 듣는다.
매사추세츠대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은 경영 전문가로서 승부사 기질이 강해 26년 남짓 재직하는 동안 3세대 이동통신사업(IMT2000) 진출, KT그룹의 민영화 등 그룹의 현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민영화 이후 KT그룹의 기업문화를 새로 조성하기 위해 최고엔터테인먼트경영자(Chief Entertainment Officer)를 자처하며 직원 앞에서 색소폰 연주를 하는 등 개방적인 CEO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또 매일 오전 5시에 출근해 사업 구상을 하는 대표적인 ‘아침형 인간’으로도 유명하다.
KT 자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내는 KTF의 조영주 사장은 3세대(3G) 이동통신 ‘쇼(SHOW)’ 열풍의 주역이다.
조 사장은 기술고시에 합격한 뒤 잠시 공직 생활을 거쳐 한국통신으로 옮겨왔으며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등 이동통신 분야의 핵심 기술 및 시장에 식견이 높다는 평을 듣는다.
KT 내에서 종합물류망사업국장, 사업협력총괄팀장 등을 지낸 뒤 1999년 IMT2000 사업기획단장을 맡으며 이동통신 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KT아이컴 사장을 거쳐 2005년 KTF 사장에 취임한 조 사장은 지난해 공격적인 3G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내에 ‘화상(畵像)통화’를 안착시키는 역할을 했다.
올해 1월 KTH 사령탑이 된 노태석 사장은 검정고시 출신으로 1973년 KT에 9급 직원으로 입사했다. 그 후 회사를 다니면서 기술고시에 합격해 1979년 부장(5급)으로 초고속 승진했고 재직 중에 학사, 석사, 박사 학위까지 받았다. 노 사장은 KT그룹 내 대표적인 마케팅 전문가 중 한 명으로 KT 고객서비스본부장, 마케팅부문장을 거쳤다.
기술고시 출신인 김우식 KT파워텔 사장은 KT그룹 내에서 KTF 부사장과 KT 부사장을 지냈다. 주로 무선통신 분야를 맡으며 그룹 내 무선통신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 KT그룹의 미래사업 발굴하는 주역들
KT그룹은 올해 “우리는 통신회사가 아닌 종합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그룹”이라고 선언하며 인터넷TV(IPTV)인 ‘메가TV’와 같은 미래 핵심사업과 콘텐츠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KT 성장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는 윤종록 부사장은 기술고시 출신으로 한국 통신업계에서 신규사업 분야 발굴의 대표적인 전문가로 꼽힌다. “유선전화 사업이 곧 정체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오래전부터 내놓으며 ‘KT그룹의 미래 사업’ 준비를 맡아 왔다.
기획부문장인 서정수 부사장은 KT가 1981년 공사로 출범한 이후 첫 공채 기수로 입사했다. 그룹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재무실장과 글로벌사업단장을 거쳤다. 2002년 민영화 당시 주식 매각 협상을 주도했으며, KT그룹의 경영권을 안정시킨 결정적 계기인 SK텔레콤과의 지분 맞교환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지원부문장인 박희권 부사장은 그룹 내 인사전문가로 입사 후 인재개발원 교수직을 시작으로 인재경영 관련 업무만 20년 이상 맡아 왔다. 과거 대표적인 강성 노조의 하나였던 KT가 최근 7년간 임금 및 단체협상을 분규 없이 체결하는 등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말을 듣는다.
신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는 최두환 부사장은 텍사스대 전자공학 박사로, 통신 분야의 권위 있는 연구소 중 하나인 미국 벨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출신이다. KT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다 회사를 떠나 통신장비 분야의 벤처기업인 네오웨이브를 창업했지만, 지난해 초 남중수 사장의 ‘러브콜’을 받고 KT로 복귀했다.
대외부문 윤재홍 부사장은 정부 유관기관과의 관계를 매끄럽게 하는 역할을 책임지고 있다. 행정고시 합격 후 옛 정보통신부에서 전파방송기획과장, 통신기획과장 등을 지냈으며 2004년 KT에 합류했다.
KT렌탈과 KT캐피탈 사장을 겸임하는 유재정 사장은 25년간 캐피털 업계에 종사한 금융전문가로, 효성캐피탈 사장을 지낸 뒤 2006년 KT그룹에 합류했다.
한국영화계의 ‘파워 엘리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차승재 싸이더스FNH 사장은 2005년 KT가 영화제작사인 싸이더스FNH를 인수하면서 그룹의 일원이 됐다. 그는 지난해 최대 화제작 중 하나인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배급을 맡았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분야별 핵심 전략통들 그룹 시너지효과 높여▼
KT그룹은 올해 KT와 KTF 간 합병 추진 등 그룹의 면모가 크게 달라진다. 변화의 최전선에는 KT의 분야별 핵심 전략통들이 있다.
그룹 전체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역할은 KT 그룹전략CFT(Cross Functional Team)장인 권행민 전무가 맡고 있다. 민영화기획팀장 비전경영실장 재무실장 등을 지낸 권 전무는 소유와 지배의 분리 등 KT의 현 지배구조를 기획한 대표적 인물이다. 2002년 KT 민영화 직후 ‘5년 안에 대기업에 먹힐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자 “KT의 잠재력과 능력을 폄훼하지 말라”며 KT의 연착륙을 강조한 바 있다.
KT 재무실장인 맹수호 전무는 각종 협상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도 판단이 빠르고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 조선체신회사와의 원활한 협상을 통해 2005년 남북한 광통신망 개통, 남북한 직통전화 연결 등의 민감한 업무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공인회계사 출신인 맹 전무는 자금과 기업설명(IR) 업무를 주로 담당해왔고 민영화추진단장 경영연구소장 사업협력실장 등을 거쳤다.
마케팅부문장인 이병우 전무는 KAIST 경영학 박사 출신으로 KT의 브랜드 가치를 사명(社名) 변경 1년 만에 국내 3위로 끌어올린 주역 중 한 명이다. KT의 대표적 기업이미지 광고 문구인 ‘네트워크로 하나 되는 나라’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비즈니스부문장인 김영환 전무는 솔루션사업단장 마케팅본부장 등을 역임한 KT의 대표적 영업통이다. 윤종록 부사장이 ‘빌려 쓰는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의미하는 ‘비즈메카’ 개념을 정립했다면 그 서비스를 개발해 상품화한 인물은 김 전무다. KAIST 전자계산학과 박사 출신으로 멀티미디어 기반의 서비스 개발 능력이 뛰어나다.
네트워크부문장인 서광주 전무는 기술고시 출신으로 2006년 무궁화 5호 위성 발사사업을 진두지휘했으며 2010년 무궁화 6호 위성 발사 준비 업무도 맡고 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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