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소장파-정몽준 ‘정두언 거사’ 힘 보태
신주류+이상득계 세 결집… 전대 ‘안개속으로’
이상득 “박근혜 총리후보로 건의한 적 없다”
한나라당 권력지형이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권력 사유화’ 논란을 일으킨 정두언 의원 발언 파동을 겪으면서 반(反)이상득 의원 세력이 한목소리를 낸 게 계기가 됐다.
이들의 이합집산 움직임은 당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7월 3일)가 불과 2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더 주목받고 있다.
권력 ‘4인방’을 지목해 직격탄을 날린 정 의원의 발언은 김용태 의원 등 이재오 전 최고위원 직계와 수도권 소장파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다. 또 범이명박계 중진들이 이에 가세했다.
이들은 반이상득계이면서도 △서울시와 안국포럼 출신 친이 직할부대로 분류되는 정두언 정태근 이춘식 의원 등과 △이재오 직계인 안경률 심재철 진수희 이군현 차명진 공성진 김용태 권택기 현경병 의원 △범이명박계 중진인 안상수 정의화 장광근 의원 등으로 나눠진다.
여기에 소장파 출신의 남경필 원희룡 의원이 힘을 보탰고 당권을 노리는 정몽준 의원이 “정 의원의 충정을 이해한다”며 반이상득계를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이상득계와 새 지도부로 구성된 신주류는 여전히 막강한 세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당내의 중론이다.
또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최근 쇠고기 파동 정국에서 청와대와 당을 향해 확실한 제목소리로 만만치 않은 파워를 과시하며 신주류로 급부상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번 ‘정두언 파동’을 사실상 권력투쟁으로 비판하는 태도를 보였다.
원내 지도부와 가까운 이상득계는 전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오면 상당수 의원이 뭉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특히 영남 출신 및 초선 의원들이 그렇다는 것.
또한 박희태 전 의원에 대한 친박근혜계 세력의 암묵적 지지와 이명박 이재오 직계이면서도 이상득 의원 쪽에 줄을 댄 인사가 상당수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이런 가운데 내달 초 물러나는 강재섭 대표 지지 세력과 신지호 김성식 권영진 의원 등 아직 제목소리를 내고 있진 않지만 나름대로 영향력이 있는 초선 의원 그룹의 행보도 관심사다.
한편 이상득 의원은 10일 자신이 청와대 안가(安家) 조찬회동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국무총리 후보로 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나는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일축하고, 자신이 박 전 대표 측에 사람을 보내 총리직을 제안했다는 다른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