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 당시 왼쪽 눈에서 렌즈가 빠지는 바람에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수비에만 치중하다 경기를 내줘야만 했던 그녀였다. 경기 도중 렌즈가 빠져 당황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안 보이는 편이 낫다고 마음먹은 정 선수는 아예 콘택트렌즈 없이 경기를 치르기로 결정한 것이다.
안경이나 렌즈를 끼지 않으면 0.1의 시력도 나오지 않았던 그녀는 결국 동메달 결정전에서 눈이 아닌 몸의 감각과 집중력으로만 싸워 값진 승리를 얻어냈다.
○ 렌즈 세 번이나 빠져 억울하게 패하다
“처음 렌즈가 빠졌을 때는 찾아서 꼈는데 세 번째로 빠졌을 때는 심판이 렌즈를 가져가버리는 바람에 당황도 많이 하고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렌즈가 빠지는 바람에 억울한 패배를 당한 정경미 선수는 그날의 심정을 말했다. 당시 그녀는 총 없이 전쟁터로 뛰어나간 군인의 심정이 아니었을까?
초등학교 3학년부터 안경을 꼈다는 정 선수는 새벽부터 일어나 렌즈를 끼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고 말한다. 운동 중에도 종종 렌즈가 빠지고 눈이 건조해지는 등 불편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결국 올림픽이 끝난 뒤인 9월 8일 정 선수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 있는 아이메디안과에서 ‘M무통라섹수술’을 받았다. 다시는 눈 때문에 메달을 놓치지 않겠다는 그녀의 결심이었다.
수술 전 정 선수의 시력은 흔히들 말하는 ‘마이너스 시력’이었다. 양쪽 눈 모두 시력이 0.1도 나오지 않았다. 특히 오른쪽 눈은 고도 근시와 고도 난시가 함께 있어 렌즈로 교정을 하지 않으면 바로 앞에 놓인 사물도 흐릿하게 보였다. 거리 조절도 힘들었다. 왼쪽 눈은 근시와 난시 증상이 오른쪽 눈의 절반 정도. 한 쪽 눈이라도 렌즈가 빠지면 어지러움이 심할 수밖에 없다.
시력교정전문 아이메디안과의 김종민 원장은 “당시 한쪽 눈 렌즈가 빠진 정 선수는 마치 눈앞에 안개가 가득 한 것과 같은 답답한 느낌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M무통라섹수술로 1.0 시력 회복
김 원장은 정 선수를 철저히 검사한 후 M무통라섹수술을 권했다. M무통라섹수술은 통증이 심했던 과거 라섹 수술의 단점을 보완한 수술.
각막에 상처가 남지 않아 과격한 활동을 하는 운동선수들에게도 적합하다. 각막에 절편(切片·생체조직을 얇게 자른 것)이 생기지 않아 눈에 직접적인 충격이 가해져도 시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먼저 통증이 덜하도록 수술 시에 각막을 냉각시킨다. 여기에 항암제의 일종으로 상처 치유 기능을 가진 마이토마이신 희석액을 눈에 투여해 각막혼탁 현상까지 없앤 최신 시력교정수술법이 M무통라섹수술이다.
정 선수의 눈을 검사하는 데는 2시간가량이 걸렸다. 하지만 수술에 든 시간은 양쪽 눈을 합해 15분 정도였다.
“긴장을 많이 했는데 수술이 너무 짧게 끝나 허무할 정도였어요. 근데 눈을 뜨니까 정말 세상이 달라 보였어요.”
수술을 마친 후 정 선수가 밝힌 소감이다. 수술 후 적잖은 시간이 흐른 지금은 이렇게 편한 수술을 왜 더 일찍 하지 않았는지 후회스럽기만 하다.
정 선수의 현재 시력은 양쪽 눈 모두 1.0 정도. 수술 전 예상했던 0.7보다 우수한 시력이다. 정 선수는 “이제 2012년 런던 올림픽을 향한 준비를 마쳤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나는 눈이 참 많은 사람”
정 선수의 수술을 집도한 아이메디안과 김종민 원장은 의대에 다니던 시절 오랜 백내장으로 앞을 보지 못하게 된 할머니의 모습이 안타까워 안과를 선택하게 됐다. 당시에는 학생 신분이라 할머니에게 이렇다 할 도움을 드릴 수 없었지만, 그날의 안타까웠던 느낌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김 원장은 “눈 때문에 아쉽게 금메달의 영광을 놓쳐야 했던 정 선수의 경기를 보자 꼭 수술을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껏 라식, 라섹 등 시력 교정 수술을 한 김 원장은 스스로를 일컬어 ‘눈이 참 많은 사람’이라고 한다. 매번 수술할 때마다 ‘이 눈의 반은 내 눈’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원장은 2003년 독일에서 M무통라섹수술법을 배워 국내에 널리 알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만에 하나라도 있을 수 있는 기계적 오차와 부작용, 후유증에 대해서도 직접 철저하게 검토하고 점검한다는 김 원장은 “검사 한 번, 상담 한 마디에도 늘 환자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른 병원에서는 거의 시행하지 않는 중복 검사와 교차 검사, 각막탄성검사를 진행하는 것도 안전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김 원장의 생각에서다. 이런 노력으로 아이메디안과는 올해 ISO 9001 국제인증 획득과 더불어 2008년 소비자만족대상을 수상했다.
김 원장의 손을 통해 ‘새로운 눈’을 얻게 된 정 선수.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선 그녀가 올해의 아쉬움을 말끔히 날려버리길 기대해본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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