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문제 집중, 독도-과거사 의제서 제외

  • 입력 2009년 1월 13일 02시 55분


경제협력 - 한일 中企 CEO 포럼 올여름 日서 개최

북핵해결 - 오바마정부 들어서도 6자회담 틀 유지

국제공조 - 한국의 금융안정화포럼 가입 日이 지원

이명박 대통령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의 12일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가 이젠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니라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로 발전해 나가고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두 정상은 1시간에 걸친 이날 회담에서 금융위기 및 실물경기 침체 극복을 위한 실질협력 증진, 북핵 문제, 아프가니스탄 재건 등 국제사회에서의 협력 확대, 대학생 교류를 비롯한 문화 및 인적 교류 확대와 같은 다양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그러나 두 정상은 독도 영유권 문제나 일본의 독도 주변 해역 조사 문제, 과거사 문제 등은 공식 의제로 삼지 않았다. 초유의 금융위기 상황에서 경제협력 문제에 집중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한 것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경제협력 모색=양측이 발표한 합의 사항은 주로 경제 문제로 모아졌다.

이 대통령은 특히 “아소 총리와 한일 간 경제협력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며 부품 소재 산업 분야에서 일본 기업의 한국 진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품 소재 산업은 한일 간 무역역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한일 간에는 큰 규모의 무역역조가 있다. 아마 지난해 300억 달러 가까이 될 것 같다”며 “그러나 현재 구미와 익산 등 4곳에 공단을 이미 지정해 놓고 있다. 작년 말에 일본의 중소기업 20여 곳이 투자 의향서를 보내 왔다. 이번만큼은 실질적으로 양국 간 경제협력이 되고, 또 (일본 기업이) 한국에 진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시기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에서의 공조도 강화하기로 했다.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제2차 주요 20개국(G20) 금융경제정상회의에서 금융시스템 개혁, 거시경제 정책 공조, 보호무역주의 대처 등에 있어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한 것과 한국의 금융안정화포럼(FSF) 가입을 위해 기존 회원국인 일본 정부가 적극 지원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이룬 것 등이 주요 합의사항이다.

두 정상은 이 밖에 △아시아 역내 상호자금 지원 체계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 공동기금 조성 및 규모 확대, 역내 감시기구 설립 적극 추진 △관광취업사증제도 보완 및 이공계학부 유학생 파견, 대학생 교류 등 젊은 세대 간 교류 확대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협력 △한일의원연맹을 중심으로 한 양국 정치인 간 교류 활성화 △한일 관계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연구하는 ‘한일 신시대 공동연구 프로젝트’ 추진 등에도 합의했다.

▽6자회담 통한 북핵 해결=북핵 문제와 관련해 두 정상은 6자회담의 틀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20일 출범하는 미국 버락 오바마 새 행정부와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미국에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지금까지 유지돼 온 한미일의 공조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오바마 당선인 측은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해 ‘직접적이고 강경한(Direct and Tough)’ 협상을 언급해 왔다. 북한은 물러나는 조지 W 부시 정부와의 협상을 사실상 끝내고 오바마 당선인 측과의 담판을 준비해 왔다. 실제 북한은 오바마 당선인의 취임식을 계기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방미를 추진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의 부정적인 반응으로 성사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은 북핵 해결은 한미일 공조 속에 6자회담 틀 내에서 모색돼야 한다는 의지를 미국과 북한 측에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프간 재건 지원 등 국제사회 공조=이 대통령과 아소 총리는 국제사회에 함께 기여하는 한일 관계 구축에도 합의했다. 그 일환으로 두 정상은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두 정상이 아프간 문제를 함께 거론한 것은 아프간 문제 해결에 관심이 높은 오바마 새 정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회담 이모저모

李대통령 “셔틀외교 매우 만족”… 아소총리 “일없을 때도 만나자”

이명박 대통령과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12일 정상회담을 통해 ‘성숙한 미래지향적 동반자 관계’ 구축을 위한 노력이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른바 ‘셔틀외교’도 정착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이번 양자회담은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 아시아유럽회의(ASEM) 정상회의와 지난해 12월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이어 세 번째다.

정상회담을 하진 않았지만 국제회의에서 만난 것까지 합치면 5번째 만남이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추운 날씨를 화제로 인사를 건네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취임 이후 가장 많이 만난 정상이 아소 총리로, 총리께서 셔틀외교를 하기로 한 데 대해 실제 행동으로 옮겼다”며 “어느 때든지 만나서 얘기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하게 된 데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에 아소 총리도 “셔틀 정상외교를 위해 연초부터 한국을 방문했는데 추운 것만 빼고는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면서 “앞으로 빈번하게 상호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특히 “일이 있을 때만 만나는 게 아니라 일이 없을 때도 평소 만나고 전화하는 이런 관계야말로 미래를 위한 성숙한 동반자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아소 총리의 요청에 따라 올해 중 적절한 시기에 방일하기로 했다.

한편 1시간에 걸친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양국 기자단의 질문이 나오자 이 대통령은 “돌이켜 보면 어떤 문제로 주춤할 때는 있었지만 후퇴는 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아소 총리도 “역사를 직시하여 미래에 대한 비전을 다지며 국제사회에 함께 기여해 나감으로써 양국 관계를 더욱 성숙된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 이 대통령과 제 인식이 완전히 일치했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韓, FTA부터 ‘차근차근’

日, EPA까지 ‘성큼성큼’

韓 “관세철폐 등 가능한 것 먼저 시작”

日 “투자-서비스 자유화등 추가 필요”

12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본 언론들은 양국 간 경제연대협정(EPA) 체결 가능성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아소 다로 총리가 11일 한국의 경제단체 주최 오찬에 참석해 “한일 양국 간에 무역 투자 확대에 더해, 양국 기업이 아시아를 포함한 제3국에서 협력 가능성을 넓힐 필요가 있다”며 한일 EPA 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중점 보도했다.

아소 총리의 방한에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일본 경단련 회장 등 약 20명의 경제인이 동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한국에는 뿌리 깊은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양국은 협력 가능한 분야가 많고, 협력할수록 이익이 되는 관계”라고 화답했으나 한국 정부의 통상교섭 담당자는 “교섭 재개를 위한 노력을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표명했다는 것.

이명박 대통령도 “양국의 협력을 강화해 자유무역협정(FTA) 등 가능한 것부터 진행하는 쪽이 좋다”고 말했다.

지지통신은 12일 두 정상은 한일 EPA 교섭 재개를 위해 실무자 차원의 협의를 촉진하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보도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경제연대협정(EPA)::

양국 간 관세의 철폐와 인하를 뼈대로 한 자유무역협정(FTA)에 투자 서비스 인적자원 이동의 자유화 등을 추가한 포괄적인 경제공동체를 뜻한다. 일본은 한국에 이어 중국, 아세안 10개국,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16개국이 함께 EPA를 체결하는 ‘동아시아 EPA 구상’을 주창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자유무역 질서의 주도권을 쥐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