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빼앗긴 코(鼻)에도 봄은 오는가…봄은 활짝! 코는 죽상!

  • 입력 2009년 3월 16일 02시 52분


증상에 따른 맞춤 비염 치료 환자 중심의 ‘원스톱 시스템’으로 2시간이면 진단, 검사, 수술예약까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봄은 왔지만 조국의 상실로 비통한 봄을 맞는다는 내용을 담은 이상화 시인의 작품 제목이다.

비통한 봄을 맞는 사람들이 또 있다. 비염을 앓는 사람들이다. 비염을 갖고 있는 코에도 봄이 올까?

그렇다. 재채기가 나고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르면서 코가 꽉 막히는 봄이다. 비염 가운데 특히 알레르기비염 환자들은 꽃가루와 황사 때문에 봄이 두렵기만 하다.

한국인 10∼15%가 알레르기비염 환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알레르기비염 환자는 2002년 294만 명에서 2007년 443만 명으로 5년 사이 50.7%가 늘었다.

콧물과 코 막힘 때문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답답함 탓에 학교나 직장생활에서 의욕도 줄어든다. 특히 성장기 아이들은 콧속 염증이 숨길을 막아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다. 그래서 숙면도 힘들다.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 성장발육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코 막힘이 지속되면 수면장애, 만성두통, 코골이, 축농증 등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비염을 초기에 잡지 못하면 증상이 더욱 심해져 ‘만성축농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20년 가까이 알레르기비염, 축농증을 연구해온 하나이비인후과 정도광 원장은 “오랫동안 코 막힘 현상을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답답함과 고통을 모른다”면서 “수술로 꽉 막힌 코를 시원하게 치료한 환자들이 ‘코가 뚫리니까 일도 술술 잘 풀린다’고 말할 정도로 코 건강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 봄은 코의 적?

유달리 봄에 비염이 악화되는 이유가 꽃가루와 황사 때문만은 아니다.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크고 건조한 날씨 탓도 크다.

코는 냄새를 맡고 숨을 쉬는 기능 외에도 나쁜 공기를 걸러주는 공기청정기 역할을 한다. 또 찬 공기나 뜨거운 공기가 그대로 들어가 폐를 상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공기를 덥히거나 식혀주고 건조한 공기의 습도를 조절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코가 충실하게 역할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예민해지다 보니 콧물이 나고 코가 막히는 것. 특히 건조한 날씨는 예민해진 코의 점막을 더욱 자극한다.

집먼지진드기도 비염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 추운 겨울 동안 환기와 청소가 잘 이뤄지지 않아 먼지가 쌓이면 진드기가 극성을 부린다. 진드기 사체나 배설물, 알 등이 코로 들어가 점막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알레르기비염 환자의 약 80% 이상이 집먼지진드기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진드기는 동물의 각질이나 비듬 등을 먹고사는데 사람의 것뿐만 아니라 애완견의 것도 포함된다. 바퀴벌레나 곰팡이 등도 비염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 증상 정확히 파악한 뒤 맞춤치료로 비염 고쳐

비염을 앓는 환자들은 대부분 치료와 재발이 반복되면서 지친다.

정 원장은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맞춤치료를 한 뒤 환경을 바꿔주면 재발이 줄고 완치에 가깝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레르기비염 환자는 재채기 횟수, 콧물 색깔, 흐르는 양, 코 막힘 정도 등 기본적인 증상을 의사에게 자세히 전달해야 한다. 또한 어떤 상황에서 발작적인 재채기를 하고 심하게 콧물이 나는지도 말해줘야 한다. 그러려면 평소 자신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두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비염의 특징상 가족력이나 주거환경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집먼지진드기가 살기 좋은 조건은 아닌지, 애완동물은 청결한지 등 위생 상태를 체크한다.

○ 2시간이면 상담-진찰-검사-수술예약까지

눈과 코의 가려움, 재채기 등 알레르기비염 초기 증상만 나타난다면 먹는 약을 쓴다. 콧물이 심하게 나면 항콜린제처럼 코에 뿌리는 약을 처방한다.

이때 환자의 상태에 따라 효과가 다르므로 약제의 선택이나 사용량이 중요하다. 적절하지 않은 약물을 쓰면 증상이 더 심해져 코가 아예 망가질 수 있다.

약물요법은 콧물이나 재채기에는 효과가 좋지만 코 막힘에는 효과가 좋지 않다. 코 막힘은 재발도 잘돼 생활환경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학업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기 힘든 중고교생을 위해서는 먹는 약을 이용한 면역요법으로 알레르기비염의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는 방법도 있다.

코 막힘이 오래 지속되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레이저나 코블레이터로 콧속 점막에 굳은살을 만들어 감각을 둔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때 콧속에 있는 연골이 휜 ‘비중격만곡증’이 있으면 연골을 펴주는 수술도 함께 해야 한다.

코 전문병원인 하나이비인후과는 매년 2500건 이상의 코 질환 수술을 해온 것으로 집계된다. 개원한 지 12년 만인 2007년까지 누적 수술건수가 3만 건을 넘어 국내 최대 수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2006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축농증 수술건수가 827건으로, 세브란스병원(652건) 서울아산병원(584건) 삼성서울병원(565건) 서울대병원(485건) 등 이른바 대학병원 ‘빅4’를 앞섰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환자 중심의 빠른 진료 서비스(원스톱 진료시스템)가 원인이지만, 많은 병원과 달리 전신마취가 아닌 국소마취로 수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면서 “국소마취 수술은 마취에 대한 환자의 두려움과 부담감을 덜어주고 수술 후 회복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에서 상담, 진찰, 각종 검사, 수술예약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장 2시간 정도. 1주일 이상 걸리는 대학병원이 많음에 비하면 시간을 대폭 줄인 것이다. 병원 측은 “치료비용도 대학병원의 절반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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