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본인이나 활동분야 또는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본인 : 한국의 교육경험과 이론이 세계 여러 나라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한국에서 출간되는 학술지가 세계인들에 의해 중점적으로 인용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하여 서구를 향한 해바라기 학문성을 지양하고 우리의 역사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론적 토대를 쌓고 전문가를 양성하는 한 사람의 작은 학자이기를 꿈꾸어 봅니다. 또한 교육이 단지 입신출세의 도구이기를 넘어서 자신의 생명성과 존재의 이유를 보여주는 빛이기를 희망하며, 교육의 문제를 통해 세상을 관조하는 한 가지 방법을 후세에 선물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활동분야 : 향후 10년간 한국의 교육은 큰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교육학 연구의 대부분이 유아초중등교육 연구에 치중해 있었다면, 앞으로는 평생학습, 고등교육, 성인교육 및 국제교육협력 등에 대한 연구의 수요가 급증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수요를 위해서 이들 분야에 대한 전문 연구인력을 양성하고 대학의 학과와 연구소 인력을 늘이지 않으면 안됩니다. 100세 시대의 교육의 중심은 더 이상 초중등교육이 아니라 고등교육과 평생학습에 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 재벌과 권력층의 끝이 보아지 않는 탐욕은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결국 우리 사회가 작동하는 기본 원칙의 결함 때문에 나타나는 기본 모순의 일 부분입니다. 글로벌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늘어날수록 내수경제의 불안정성과 중산층 붕괴는 가속화될 것입니다. 중산층의 고용구조가 붕괴되면 사회적 지성을 떠받치고 있는 윤리적 철학적 기반도 흔들립니다. 무엇이 한국의 미래인가를 고민하는 다수의 집단지성들이 생성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한국의 미래를 보는 희망입니다. 한 사람의 천재가 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모 기업총수의 말보다, 그 만명의 보통사람들의 지혜가 대한민국의 희망을 모자이크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미래를 설계해야 합니다.

누구나 본받고 싶어 하는 인물을 마음속에 담아둡니다. 귀하가 닮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닮고 싶은 사람을 꼭집어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가 대학교 1학년이었던 1980년 봄에 경험했던 일들과, 이후 내가 살아오면서 빚진 자와 같은 마음으로 살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수많은 투혼과 희생들은 어느새 제 삶의 방향타처럼 마음 속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자신을 버려 세상의 진보를 외쳤던 많은 분들, 자신을 희생해서 세상의 영혼을 구원하려고 했던 분들, 그리고 작지만 그 가치를 실천하면서 살아보려고 노력했던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제가 닮고 싶은 분들입니다.

귀하는 과거에 어떤 교육을 받았기에 현재 위치에 이르렀다고 생각하십니까? 또 자녀를 어떻게 가르치고 싶나요?

특별하게 받은 교육은 없습니다. 평범한 7080세대로 살아온 것일 뿐입니다. 시대가 저를 이렇게 만들었고, 저는 거꾸로 시대의 명령대로 살고 있습니다. 제 자녀들도 이 시대의 산물이며 그 소명 안에서 살게 되겠지요. 하지만 아마 저보다는 훨씬 자신의 행복을 사랑하며 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런 걸 어떻게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현재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인생의 계기나 또는 정말 잊을 수 없는 순간은 언제입니까?

좋은 멘토를 만나는 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입니다. 피로 맺어진 부자간에는 불가능한 가르침이 인생의 스승을 통해서 가능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학문적으로 저를 가르치고 세워주신 은사님을 만났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서울대학교 교육학과에 입학하는 순간 저의 미래는 크리스탈처럼 분명해졌고, 지금까지 흔들린 적이 없습니다. 또한 믿음 안에서 신앙의 길로 인도해 주신 멘토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제가 만났고 모셨던 많은 목사님들과의 만남은 제가 세상을 평안속에 살 수 있게 해 준 가장 큰 축복이었습니다.

하시던 일이 막다른 골목에 부닥쳤을 때 마음을 다잡게 하는 대상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주님의 평안입니다.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어려울 때마다 제 외부에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마음의 평안이 가라고 시키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 마음의 평안을 잃어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대개의 경우 되돌이켜 보면, 한 때의 실패가 오히려 큰 그림 안에서 제가 갈 길을 완성해주는 역할을 했던 것을 나중에 발견하게 됩니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은 주님께서 허락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믿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10년 뒤를 목표로 정진하는 동안 이것만은 하지 않겠다는 자신만의 원칙은 무엇입니까?

학자는 이론을 생산하는 사람입니다. 이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면 사양하고 싶습니다. 이론을 통해 사회적 실천에 참여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해야겠지만, 그 일이 반드시 내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서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겨우 10년 남은 저의 활동기를 소중하게 사용하고 싶습니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말이지요. 인생철학으로서의 교육적 시각을 통해 세상을 관조하고 살아가는 한 가지 방법을 후세에 선물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