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노크귀순’ 최초 신고자 인터뷰 “112 신고하자… 北서 어떻게 왔는지 물어봐달라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5일 03시 00분


15일 오전 강원 삼척시 삼척항 부두에 정박한 북한 어선 위에 선 북한 주민 4명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한국 해경들의 조사를 받고 있다. 북한 어선을 최초로 신고한 김경현 씨가 이 장면을 촬영했다. 김경현 씨 제공
15일 오전 강원 삼척시 삼척항 부두에 정박한 북한 어선 위에 선 북한 주민 4명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한국 해경들의 조사를 받고 있다. 북한 어선을 최초로 신고한 김경현 씨가 이 장면을 촬영했다. 김경현 씨 제공
“처음엔 중국 배인 줄 알고 지나쳤다가 ‘북에서 왔다’는 얘길 듣고 깜짝 놀라 즉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15일 오전 북한 어선의 ‘해상 노크 귀순’을 최초로 신고한 김경현 씨(51·회사원)는 2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이 탄 북한 배가 우리 항구에 정박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 어선을 어떻게 발견했나.


“매주 회사 일로 삼척에 올라온다. 그날도 차를 삼척항 어판장에 대고, 바닷가 산책을 나갔는데 부두에서 북한 배처럼 생긴 게 보였다. 주변에 군과 경찰이 없어서 ‘중국에서 왔겠지’ 하고 지나쳤다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다시 가서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북에서 왔다’고 했다.”

―다른 대화는 없었나.

“가장 젊은 사람이 ‘전화기를 빌려달라’고 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서울에 있는 이모와 통화를 하려고 한다’고 해서 잠시 기다리라고 한 뒤 112에 신고했다. 그게 15일 오전 6시 46분이었다.”

―신고를 받은 112의 반응은…
.

“깜짝 놀란 느낌이었다. ‘어떻게 왔는지 물어봐달라’고 해서 (북한 주민들에게) 물었더니 ‘고기 잡으러 나왔다가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 가장 가까이 떠밀려온 곳이 삼척항’이라고 답해서 그대로 알려줬다. 이후 112 상황실에서 문의한 내용을 북 주민들에게 파악해 전달하면서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통화를 계속했다.”

―발견 당시 북 주민들의 모습과 특이점은….


“2명은 배 안에, 나머지 2명은 방파제 부두에 올라와 1명은 앉아있고, 1명은 서성거리고 있었다. 앉은 사람은 매우 허탈한 표정으로 느껴졌다. (인민복을 입은) 젊은 사람은 진짜 옷을 깔끔하게 입고 있어서 놀랐다. (옷에) 주름까지 잡혀 있었다.”

―신고 후 경찰 출동에 얼마나 걸렸나.

“오래 걸리진 않았다. 경찰차가 먼저 도착하고, 이어 해경과 사복 입은 경찰들이 와서 북한 배와 주민들을 조사했다. 현장을 지켜보다가 나도 인근 해경 파출소로 동행해서 30여 분 동안 발견·신고 경위, 북한 주민과의 대화 내용 등을 설명하고 돌아왔다.”

―관계당국에서 신고해준 것에 감사의 뜻을 전달했나.

“경찰 쪽 보안 담당자와 통화하면서 ‘감사하다. 다음에 오면 밥 한 끼 사겠다’는 말을 들은 게 전부다. 그 외 정부기관이나 단체에서 전화 한 통 없었다. 솔직히 많이 섭섭하다.”

한편 24일 본보가 입수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삼척항 입항 북한 어선 대상 소독 등 검역 협조 요청’ 공문에 따르면 북 어선 관련 정보가 방역당국과는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공문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국인 북한 어선이 입항한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확인했다”고 했다. 이 공문의 발송 시점은 북 어선 입항 5일이 지난 20일이었고 농식품부는 어선 소재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ASF는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치사율이 100%로 알려져 있다. 전파 속도도 빨라 신속한 방역이 관건이지만 부처 간 정보 공유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북 어선 노크 귀순에 대한 축소·은폐 의혹이 여전하지만 군은 추가 해명을 하지 않았다. 더욱이 북 어선의 삼척항 부두 정박 발견 신고 직후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등 군 주요 관계자들이 합참 상황실에 모여서 관련 논의를 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 가열되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합동조사단의 조사가 끝나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장관석·손효주 기자

#해상 노크귀순#신고자 인터뷰#아프리카돼지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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