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 파문]
핵심소재 생산 ‘스미토모’ 회장 등 이건희 회장 인맥 日원로들 접촉
한국으로 수출재개 타진 가능성
한일 정부간 대화 사실상 끊겨 ‘민간 경제특사’ 역할도 관심 끌어
10일 ‘대통령 간담회’전에 귀국 전망
일본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일본 재계 인사들과의 소통 채널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오후 늦게 일본 도쿄에 도착해 휴식을 취한 뒤 이날부터 현지 재계 인사들과 잇따라 회동했다. 일본 게이오대 경영학 석사 출신으로 일본어에 능통한 이 부회장은 일본 정·관계에 영향력을 가진 기업인들에게 의견을 구하고, ‘간접 지원’을 타진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평소에도 일본 인사들과 교분이 깊고, 한국산 반도체를 사용하는 고객사들과도 신뢰관계가 탄탄하다”며 “당장 해법을 찾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총수가 직접 나선 만큼 적극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수출 규제 품목을 생산하는 일본 업체들과 직접 접촉했을 가능성도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부회장이 거래처 기업의 고위급을 만나 일본 이외의 공장에서 한국으로의 조달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밖에 있는 공장에서 한국으로 소재를 출하해 줄 것도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요네쿠라 히로마사 스미토모화학 회장 등 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막역했던 일본 경제계 원로들을 만났을 것으로 점쳐진다. 스미토모화학은 반도체 공정 소재인 포토레지스트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삼성전자에 공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요네쿠라 회장은 이 부회장이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한국 방문 때마다 삼성의 영빈관인 승지원에 초대될 정도로 이 부회장과 가깝다”고 설명했다.
한일 정부 간 대화가 사실상 끊긴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민간 경제특사’ 역할로 다양한 인사를 만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행보가 상대적으로 주목받는 건 한일 정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라며 “정치 문제는 정부끼리 풀더라도 한일 기업들은 신뢰를 깨지 말자는 메시지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피해를 입은 일본 기업에 무리한 납기 요구를 하지 않도록 일본 법인에 지시하는 등 일본 기업과의 신뢰 구축에 힘을 쏟아왔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는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의 논거로 ‘전략물자가 북한으로 전용된다’고 주장했는데,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점 등을 일본 거래처에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그룹 총수의 간담회 이전에 귀국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본 현지 상황에 따라 일정은 유동적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SK하이닉스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회의 석상에서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현재 상황과 대응책을 실시간으로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구매 담당 임원들은 일본에 머물며 거래처 동향 파악과 재고 확보 방안을 물색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경제 보복에 따른 반일감정이 격화되면서 일본계 회사인 소니코리아와 JTI코리아가 11일로 예정된 신제품 출시를 취소했다. 두 회사는 각각 무선 이어폰과 담배 신제품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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