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장관 “한국 빼지말고 더 늘려라” 면박 줘

[日 2차 경제보복 강행]
고노 “백색국 제외 한국은 아세안과 같은 지위” 주장에…
중국-태국도 日조치 유감 표명

3국 외교장관 한자리 섰지만… 2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태국 방콕 센타라그랜드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굳은 표정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과 떨어져 있는 고노 다로 일본 외상 사이에 있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웃으며 분위기를 풀려 하고 있다. 방콕=뉴시스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 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한 일본의 결정이 발표된 2일, 해당 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다자외교무대에서 나왔다.

이날 오전 태국 방콕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에 대해 “(자유무역 원칙이) 도전받고 있다. 일본의 일방적이며 자의적인 조치는 심히 우려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발언권을 얻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한국은 계속해서 (화이트리스트에 들지 않은) 아세안 국가들과 마찬가지의 (무역상) 우대 지위를 가질 것”이라며 “(한국이) 왜 걱정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비비언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이 발언권을 신청했다. 그러더니 고노 외상을 겨냥해 “화이트리스트를 줄이는 게 아니라 늘려나가야 한다. (국가 간) 신뢰 증진을 통해 상호 의존도를 높이는 게 공동 번영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 이를 듣고 있던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가세해 “싱가포르 장관의 발언에 영감을 받았다”며 거들었다. 왕 부장은 이어 “아세안+3이 하나의 가족이 돼야 하는데, 이런 문제(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생겨 유감이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성의로 이런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는 후문이다.

그러자 고노 외상이 반론권을 얻어 일본의 수출 규제는 과거사와는 별개 문제라는 취지로 강변했고, 강 장관이 ‘사실이 아니다’고 재반박하는 등 한일 장관의 설전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오후에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태국 외교부도 브리핑에서 “미중, 한일 등 지역 내에서 무역 보복 관련 조치가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다자 국제회의에서 특정 국가를 상대로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제외하곤 거의 전례를 찾기 어렵다.

방콕=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