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을 내린 것을 놓고 미국 행정부 고위당국자들은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잇달아 표시했다. 청와대가 “미국과 사전에 긴밀히 협의했다”고 한 부분을 놓고는 강한 부인과 함께 어이없다는 반응도 내부에서 나왔다.
미 국방부는 22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부가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의 갱신을 보류한 것에 대해 강한 우려와 실망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데이비드 이스트번 국방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이날 성명에서 “우리의 상호 방위 및 안보 분야의 유대는 다른 분야에서 한일 관계에 마찰이 있을지라도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강하게 믿는다”며 “우리는 가능한 분야에서 한일 양국 및 한미일 3국 간 방위, 안보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성명은 앞서 워싱턴 동부 시간으로 이날 오전 9시 이전에 나왔던 첫 번째 반응보다 더 강해진 것. 한국 정부의 협정 종료 방침이 직후 나왔던 국방부의 첫 번째 반응은 “우리는 일본과 한국이 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권고하며, 이를 빨리 진행하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국방부는 이 성명에서 “정보공유는 우리의 공통적인 방위 정책 및 전략을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이라고 했지만 ‘강한 우려와 실망’이라는 표현은 없었다.
그만큼 예상치 못했던 청와대의 협정 종료 결정을 접한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의 반응이 부정적이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미국은 정보보호협정이 단순히 한일 양국 간 정보공유를 넘어 동북아 지역 내 자국의 안보 및 한미동맹과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보고 지금까지 협정의 유지를 강하게 요청해왔다.
청와대가 협정의 종료를 발표하면서 ‘미국과 사전에 긴밀히 협의했다’고 한 부분을 놓고도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은 미국에 이 문제를 협의힌 적이 없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특히 “미국은 이에 대해 이해를 표명한 적이 없다. ‘통보(inform)’에 가까운 것으로 봐야 한다”며 청와대가 미국의 입장을 대중에게 잘못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가 방한 중이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에게 협정의 종료 방침을 일방적으로 전달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한국이 정보보호협정에 대해 내린 결정을 보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캐나타를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타와에서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외교장관과 공동 회견에서 협정 관련 질문을 받고 “오늘 아침 한국의 카운터파트(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대화를 나눴다”며 이런 반응을 내놨다. 그는 “우리는 한일 양국에 계속 대화하고 관여할 것을 촉구한다”며 “한일 양국의 공통된 이익이 중요하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고 그것은 미국에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두 나라는 그 관계를 정확히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작업을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와 함께 “한일 관계가 북한 문제 뿐 아니라 우리가 전 세계에서 하는 일에도 전적으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국무장관으로써 경험해왔다”며 양국의 관계 개선을 재차 촉구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