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과 딸, 아들까지 모두 피의자로…檢 칼 끝에 선 조국 장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5일 21시 16분


코멘트
동아일보 DB
동아일보 DB
“서해맹산(誓海盟山·바다와 산에 맹세하다)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 개혁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

조국 법무부 장관(54)은 법무부를 이끌 새 수장에 지명된 다음날인 지난달 10일 첫 출근길에 이순신 장군의 시구를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로부터 2주 뒤인 지난달 27일 검찰은 조 장관을 둘러싼 사모펀드 투자와 웅동학원 소송사기,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을 확인하기 30여 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명한달 만인 이달 9일 장관 임명장을 받은 조 장관은 피의자 신분으로 언제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르는 처지가 됐다.

● 부인과 딸, 아들, 장관까지 피의자로

조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위해 재산과 신상 관련 자료를 국회에 제출한 지난달 14일 이후 조 장관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졌다. 처음에는 사모펀드 투자와 웅동학원 소송 사기가 검증 대상으로 올랐다. 하지만 조 장관의 딸 조모 씨(28)가 한영외고 재학 시절 대한병리학회지 영어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까지 제기됐다. 시민단체 등이 고소 고발한 11건을 내사하던 검찰은 지난달 27일 전국 30여 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대규모 압수수색은 23일 조 장관의 서울 방배동 자택까지 5차례나 이어졌다. 검찰의 수사대상이 처음에는 웅동학원에 관여한 조 장관의 어머니, 남동생, 전 제수 씨 등이었다. 이어 조 장관의 부인 동양대 정경심 교수에서 딸(28)로, 다시 최근에는 아들(23)까지 확대됐다.

특수 2부뿐만 아니라 서울중앙지검의 특수1부, 특수3부 검사들은 물론 강력부 검사들까지 충원됐다. 최근엔 주가조작 수사를 전담해온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 검사와 대검찰청 회계분석팀이 합류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되면서 수사팀이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방불케 하는 규모로 커졌다”는 말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 부인은 영장청구, 장관은 검찰 소환될 듯

주요 인물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총괄대표를 지낸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36·수감 중)는 해외 도주 후 귀국해 16일 구속됐다. 부정입학 의혹의 당사자인 조 장관의 딸은 16일 첫 조사에 이어 총 2번 조사를 받았고, 아들은 24일 첫 조사를 받았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조 장관의 소환 조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이제는 조 장관 부부만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정 교수의 소환 날짜가 1차 관심사인데, 검찰은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정 교수가 증거인멸을 한 정황이 드러난 데다 자녀의 부정입학에 관여하고, 사모펀드 운영에 개입한 정황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뒤에 불러도 늦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조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당일인 6일 딸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이에 따라 정 교수는 이르면 이번 주말이나 늦으면 다음 주에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소환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와 부정입학, 웅동학원 의혹 등에 대해 “저나 제 가족이 개입하지 않았다”던 조 장관의 인사청문회 발언 등은 검찰 수사로 상당부분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난 상태다. 이 때문에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법무부 장관이 검찰 조사실에 앉을지도 관심사다. 검찰 관계자는 “조 장관 가족의 처벌 여부와 수위는 수사를 마무리한 뒤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