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수괴 제거작전 ‘케일라 뮬러’, 어떻게 진행됐나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8일 15시 38분


“그를 잡았다. 100% 확신한다. ‘잭팟’이다. 오버.”

미국 동부 시간 26일 오전 7시 15분(한국 시간 26일 오후 8시 15분)경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 바리샤. 이슬람국가(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48)를 체포하기 위한 ‘케일라 뮬러’ 작전에 투입된 미군 특수부대 지휘관이 워싱턴 백악관으로 다급한 무전을 보냈다. 작전 개시 약 2시간 만에 바그다디의 사망을 확인했다는 내용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에서 6000마일(약 9656km) 떨어진 워싱턴 백악관 상황실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과 함께 이를 지켜봤다. 그는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작전이) 완벽했다”고 치하했다. 그 완벽한 작전을 신속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의 하나는 신속한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던 DNA 신원 확인 과정이었다.

● 육군 최정예 특수부대 ‘델타포스’가 주도

델타포스 등 미 육군 최정예 특수부대가 주도한 이번 작전은 IS 납치·살해 피해자인 미국인 인권운동가 케일라 뮬러(1988~2015)의 이름을 땄다. 극우매체 브레이브바트는 델타포스 외에도 75 레인저연대, ‘밤의 사냥꾼’으로 불리는 160 특수작전항공여단(SOAR), 대당 20여 명의 요원을 실어 나를 수 있는 CH-47 차누크 헬기 8대 등도 동원됐다고 전했다. 2011년 5월 9·11 테러 주범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때는 해군 정예 특수부대 네이비실과 블랙호크 헬기가 투입됐다.

헬기들은 착륙 전부터 바그다디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을 향해 포격을 가했다. 특공대는 정문을 우회해 건물 벽을 부수면서 안으로 진입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27일 ABC뉴스에 출연해 “이번 작전이 흠잡을 데 없이 수행됐다. 지상에도 100명 미만의 부대원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 15분 만에 DNA로 신원 확인

바그다디는 자녀 3명과 함께 터널 속에서 미군의 군견에게 막다른 곳까지 몰린 뒤 폭탄조끼를 터뜨려 자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장에서 신원을 확인했다. (바그다디) 사망 후 약 15분 뒤에 신속하게 확인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신원이 신속하게 밝혀졌다는 것은 특수부대가 DNA 검사 등 생체인식 기술 장비를 가져갔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최신 이동용 신속 DNA 검사 장비는 신체 일부와 혈액을 이용해 90분 내에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데스크톱 컴퓨터나 가정용 전자레이지 정도 크기여서 헬기에 쉽게 실을 수 있다. 국방부와 연방수사국(FBI)도 생체 인식기술에 대대적인 투자를 해 왔고, 델타포스 대원 중 생체인식 전문가도 포함됐다고 NYT는 전했다.

이번 작전에는 군사용 로봇도 작전 투입을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다만 미군들이 바그다디를 매우 가까이서 추적하고 있었기 때문에 로봇이 쓰이지는 않았다. 바그다디의 자폭을 대비해 군사용 로봇을 미리 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바그다디의 자폭에도 불구하고 군사용 로봇을 투입하지 않고도 미군 사상자는 없는 상태로 작전이 마무리됐다.

● ‘엘리트 군견’ 활약 빛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작전을 승인하기 전 미군 사상자 발생을 가장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월 그의 취임 직후 중동 예멘에서 네이비실 대원 한 명이 작전 중 사망한 적이 있었다. 이번 작전에서는 미군 2명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고 곧바로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특수부대원보다 먼저 투입된 군견 몇 마리가 중상을 입었다.

군견은 등에 카메라를 달고 위험 지대에 사람보다 먼저 진입하는 역할을 맡는다. 워싱턴이그재미너는 미군이 2001년 9·11 테러 이후 각종 대테러 작전 등에서 군견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용맹하기로 이름난 독일산 셰퍼드, 이보다 몸집은 약간 작지만 항공 침투 작전에 주로 쓰이는 벨기에 멜리노이즈 등이 대표적이다. 2011년 네이비실의 빈라덴 사살 작전 때도 ‘카이로’란 이름의 멜리노이즈 군견이 투입됐다.

군견에도 계급이 있다. 이들은 부사관 계급을 받는다. ‘핸들러’로 불리는 군견 관리병은 군견보다 계급이 낮다. 군견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게 하급자에게 관리를 맡긴 셈이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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