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대립이 격화하는 등 국회 상황이 꼬이면서 개각 시점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9일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차기 국무총리와 법무부 장관에 각각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과 추미애 의원이 사실상 단수 후보로 막바지 검증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경제부총리, 사회부총리를 지낸 4선 의원으로 집권 후반기 경제 성과에 집중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추 의원은 강력한 추진력으로 검찰개혁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인사로 평가된다.
문제는 개각 시점이다. 당초 청와대가 이르면 내주 국무총리와 법무부 장관 인선을 먼저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안 등 검찰개혁 법안이 내달 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는 만큼 내주 후반 정도에 개각 발표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하는 등 여야 갈등이 심화해 인사청문회 여부마저 불투명해지면서 개각 시점 역시 불확실해졌다. 때문에 공석인 법무부 장관을 먼저 발표하고 국회 인준투표를 거쳐야 하는 총리는 추후에 발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하루 연가를 내고 해법 구상에 들어갔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국회 상황을 지켜본 후 주말 동안 당정과 조율해 시점을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장관에 대한 인선 시점은 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에서는 총선 차출 장관들에 대해 설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서울 동작과 송파 등에서 경쟁력을 가진다는 내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만큼 민주당은 강 장관 설득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강 장관은 전날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총선에 출마할) 능력이 안되는 것 같고 뜻도 없다”고 말하는 등 출마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부 장관 등에 대한 교체설이 꾸준히 제기된다.
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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