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12번째 확진자 접촉했다”에…목동 학원가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4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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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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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원 학생인지 저도 몰라요…”

서울 양천구 목동 한 수학학원의 직원은 4일 수화기에 대고 머뭇거렸다. 이날만 학부모로부터 걸려온 100번 째 전화였다. 전날 목동의 한 학부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12번째 확진자 옆자리에서 영화를 봤다고 자가 격리된 사실이 알려진 뒤였다. 그 학부모의 자녀들이 이 학원에 다녔느냐는 문의가 끝없이 이어졌다.

실제로 목동 학원가는 비상이 걸렸다. 학원 수천 곳이 몰린 이 일대는 서울은 물론 여러 지역 학생들이 모여든다. 시민들은 만약 신종 코로나가 유입되면, 어린 학생들을 통해 여러 지역으로 퍼져 나갈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동아일보가 4일 확인한 결과, 자가 격리하는 학부모 자녀들이 다니던 목동 학원은 모두 6곳이었다. 그중 4곳은 이날 오후 운영을 중단했다. 서울시교육청이 목동 일대 학원 50곳에 휴원을 권고한데 따른 것이다.

이날 운영한 다른 학원들도 혼란하긴 마찬가지다. 자가 격리한 학부모 자녀들이 다녔느냐는 문의 전화로 불통이 났다. 이날 동아일보가 둘러본 목동 학원 8곳은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쉴 틈 없이 전화 응대를 하고 있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우리도 어떤 학생이 해당 자녀인지 몰라 답답하고 혼란스럽다”고 했다.

두려움이 만연하자 결석생도 늘었다. 한 대형 어학원은 이날 정원 1000명 가운데 10%가 넘는 학생이 “전염이 걱정 된다”며 출석하지 않았다. 한 영어학원에는 강의실마다 상당한 책상이 비어있었다. 이 학원 특목고 준비반은 결석이 많아 수업을 취소하기도 했다.

학부모 김명아 씨(36·여)는 “일반 시민들은 접촉자 자녀가 어느 학원에 다녔는지 알 수 없어 안심하고 학원에 보낼 수가 없다”며 “특히 목동 학원들은 한 건물에 같은 엘리베이터를 쓰는 경우가 많아 아이를 보내기 두렵다”고 했다.

자가 격리한 학부모 자녀가 다닌다는 이유로 휴업한 목운초 인근도 오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바로 옆 목운중도 이날 단축 수업을 했다. 2학년 정모 군(15)은 “동네에서 접촉자가 나왔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급식을 먹지 않고 도시락을 싸오는 학생이 늘었다”며 “기침만 해도 친구들이 놀라서 째려본다”고 했다.

인근 중학교와 시의회 의원이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졌다. 목운중은 이날 오전 학교장 명의로 학부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목운초 학부모는 보건소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명됐다고 한다”고 알렸다. 하지만 양천구 등은 이 학부모가 발열 등을 호소하지 않아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목운중 관계자는 “시의회 의원이 해당 학부모가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알려줘 긴급하게 안내 문자를 보냈다. 나중에야 허위 정보였다는 걸 알았다”고 해명했다.

고도예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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