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조국사태 그리고 코로나…文정부 3년, 결정적 장면 7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8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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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로 취임 3주년을 맞는다.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장미 대선’을 통해 당선된 문 대통령은 인수위 기간없이 당선 다음날인 2017년 5월 10일부터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결정적인 7개의 장면을 통해 그간 문 대통령의 36개월을 되짚어봤다.

① 코로나19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우리 사회의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면을 바꿔놓았다. 발생 초기 문 대통령의 일렀던 ‘종식’ 발언과 ‘마스크 대란’으로 휘청거렸던 청와대는 이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총력 체제를 가동했다. 2월 25일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던 대구를 찾은 문 대통령은 “대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 국민 전체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며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지시했다. 또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경제 쇼크 극복을 위해 5차례에 걸쳐 직접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전국민에게 현금성 지원을 하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도 결정했다.

문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도 코로나19로 인한 파장을 극복하는 ‘애프터 코로나’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는 전국민 고용보험 등 사회복지체제 전반에 걸친 개선 작업과 고용 유지를 위한 ‘한국판 뉴딜 정책’도 추진할 계획이다.

②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한반도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사일 발사, 미군의 B1-B 전략폭격기 NLL 이북 전개로 이어진 긴장은 2018년 2월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해빙 모드에 진입했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청와대를 방문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고, 남북 간 물밑 교류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그 결과 2018년 4월 27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MDL)을 함께 넘은 것도, 북한 최고 지도자가 남측 땅을 밟은 것도 모두 최초였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그해 5월 판문점에서 또 다시 ‘원 포인트’ 정상회담을 가졌고 문 대통령은 넉 달 뒤 9월 2박 3일 일정으로 평양과 백두산을 방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 위원장 역시 처음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남북미 정상 간 잦은 접촉과 별개로 비핵화 협상은 쳇바퀴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2월 북미 정상 간의 ‘하노이 노딜’ 이후 비핵화 협상은 교착 상태고, 문 대통령이 공언했던 독자적인 남북 교류 협력도 아직은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총선 후 다시 한번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마중물로 남북 협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③ ‘조국 사태’


“문재인 대통령 첫 3년을 관통하는 인물 한 명 꼽으라면 단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일 것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난 3년에 대해 이 같이 평했다. 초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맡아 적폐청산 드라이브를 총괄하던 조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법무부 장관에 지명됐다. 그러나 딸의 입시비리 의혹,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 관련 의혹 등으로 조 전 장관 임명 찬반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불타올랐다. 그 불똥은 조 전 장관 가족 의혹을 수사를 총괄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까지 번졌다.

그 결과 민심은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찢겼다. 광화문에서는 조 전 장관 사퇴 집회가, 서초동에서는 윤 총장 비판 집회가 거의 매주 열렸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 임명을 밀어붙였지만, 취임 첫해 80%를 넘나들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조 전 장관 임명 이후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논란 끝에 조 전 장관인 취임 35일 만에 사퇴했지만, ‘조국 파문’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민정수석 재직 시 이뤄진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을 수사 중이고, 법원에서는 정 교수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④ 지소미아 파기, 무역보복으로까지 번진 한일 갈등

문 대통령 취임 이후 미·일·중·러 등 4강 국가와의 관계에서 가장 삐걱거렸던 것은 한일 관계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 “2015년 한일 양국 정부 간 위안부 협상은 중대한 흠결이 있었다”고 밝혔고, 협상 결과물인 화해·치유재단은 해산됐다. 여기에 2018년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인해 과거사 문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은 더 고조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7월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 3개의 수출을 제한하고,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 시 혜택을 주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경제 보복에 나섰다. 문 대통령도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일 갈등은 외교·안보 문제로까지 번졌다. 청와대는 그해 8월 일본에 대한 맞대응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내렸다. 미국의 중재로 지소미아는 조건부 연장으로 전환됐지만, 한일 갈등은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⑤ 적폐청산 드라이브

집권 첫 해 청와대의 국정 목표는 ‘적폐청산’이었다. ‘촛불 정신’을 앞세운 청와대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 간의 과오를 바로잡겠다”며 대대적인 사정 드라이브에 나섰다. 2018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19년 1월에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각각 구속됐다. 앞서 문 대통령 취임 전인 2017년 3월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각 부처에서는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고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작업이 이뤄졌다. 공직 사회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정부의 방침을 따랐을 뿐인 중·하위직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줘선 안될 것”이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또 적폐청산 피로감이 확산되면서 청와대는 집권 2년차부터 적폐청산 대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기조 전환을 시도했다.

⑥ 현재 진행형인 권력기관 개편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에 착수했다. 국정원의 국내 정보 담당 부서는 폐지됐고 민간인 사찰, 계엄령 문건 작성 등으로 국군 기무사령부는 2018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검찰 역시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7월 출범 예정이다. 여기에 민주당은 곧 출범할 21대 국회의 중점 과제 리스트 상위 순번에 검찰 개혁을 올려놓았다.

윤 총장의 거취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로 좌천됐던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총장에 임명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 수사를 계기로 지금은 여권의 비토 대상으로 처리가 바뀌었다.

⑦ 4·15총선 압승, 초유의 ‘슈퍼 여당’ 탄생


“국민을 믿고 담대하게 나아가겠다.”

문 대통령은 4·15총선 다음날인 지난달 16일 이 같은 메시지를 냈다. 문재인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이었던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위성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포함해 180석을 얻는 압승을 거뒀다. 반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103석(미래한국당 포함)을 얻어 간신히 개헌 저지선을 지켜냈다.

여권은 압도적 의석을 바탕으로 21대 국회에서 강력한 입법 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레임덕이 없다는 섣부른 예측도 있지만, 부산시장 등 내년 4월 대규모 재보궐 선거가 예상되는 만큼 코로나19 극복과 개혁 입법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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