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29kg 포함 음식물 49kg 발견… 軍-국정원, 귀순경위 집중조사
일각 “장기표류 대비용” 해석도… 靑, 삼척항 입항 3일뒤 현장점검
질본도 통보 못받아 검역 못해
‘해상판 노크 귀순’으로 15일 삼척항에 입항한 북한 어선에는 쌀 28.8kg을 포함해 음식물 49.3kg이 실려 있었던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국가정보원의 검역 요청에 따라 21일 오후 북한 어선이 계류된 해군 1함대 부두에서 어선과 물품 검역에 나섰다. 검역 결과 북한 선박에서 백미 28.8kg, 양배추 6.1kg, 감자 4.1kg 등 식물류 39.0kg이 발견됐다. 이와 함께 김치찌개, 멸치조림, 고추·깻잎 장아찌, 된장 등 음식물 10.3kg도 발견됐다. 검역본부는 국정원, 해군 등과 함께 남은 음식물을 처리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군과 국정원은 북한 주민 4명이 타고 있던 배에 쌀 28.8kg(1인당 7.2kg)이 실려 있었던 점에 주목하고 쌀 원산지 분석과 함께 귀순 경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15일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주민들은 함경북도에서 조업차 5일 출항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이 사실일 경우 어선에서 10일가량을 보낸 뒤에도 음식물 49.3kg이 남았다는 얘기가 된다. 한국인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61kg(2018년 통계청 기준)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 주민들이 최소 한 달은 더 배에서 지낼 수 있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장기 표류에 대비한 식량 축적일 것”이라는 시선과 함께 “귀순 당시 옷에 칼주름이 잡힐 정도로 단정한 옷차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드러나지 않은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군 합동조사단은 북한 선박에서 발견된 GPS 플로터 항적 기록과 북한 주민의 진술을 비교 분석 중이다.
검역본부는 북한 어선에서 발견된 의복, 조리기구 등 생필품, 어선 외부를 방제차량 1대를 동원해 소독, 검역했다. 하지만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 2명의 옷, 신발, 소지품 등에 대한 검역은 22일에야 완료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국인 북한 어선이 삼척항에 들어온 지 8일이 지나서야 검역이 완료된 것. 청와대는 군의 축소 발표 논란이 커지던 18일 국가안보실 소속 행정관을 강원 삼척시와 동해시에 보내 현장 점검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농식품부뿐만 아니라 질병관리본부도 군과 국정원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는 “입항에 대한 조사기관의 통보를 받지 못해 검역을 하지 못했다” “대중매체를 통해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해경에 유선으로 선원 및 접촉자에 대한 감염병 여부를 확인 요청했다”고 국회에 공식 답변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북한 동력선이 57시간 동안 동해를 마음대로 휘젓고 다녔다는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허술한 검역 조치 사실도 드러났다”며 “국민은 국가 안보 불안에 전염병 감염까지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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