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충남 홍성에서 서울까지 직접 연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가 갑자기 환승으로 바뀐 서해선 복선전철에 대해 다시 직결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충남도도 직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한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
이달 초 도는 천안아산역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서해선 복선전철 서울 직결을 위한 ‘제2차 정책자문회의’를 열고 의견을 공유했다. 환승 없이 곧장 서울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대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서해선 서울 직결을 위한 기술적, 타당성을 구체화해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1시간 내 서울 도착’ 약속 어겨
서해선은 충남 홍성∼경기 화성(송산)을 연결하는 90km 노선으로, 국토부가 3조8280억 원을 들여 2022년 완공할 예정이다. 2024년 완공 예정인 송산∼여의도(서울) 간 지하철 신안산선(약 40km)을 통해 서울까지 직접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7월 공개된 국토부 계획안에 따르면 두 노선은 직결이 안 돼 승객들은 경기 안산시 초지역에서 환승해야 한다.
정부의 당초 설명은 달랐다. 2015년 5월 22일 홍성군 홍성역에서 열린 ‘서해선 복선전철 기공식’ 당시 국토부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기존의 새마을호에 비해 속도가 1.6배 정도 빠른 시속 250km급 고속전철(EMU-250)이 운행돼 서울까지 1시간 이내 이동(57분)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홍보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 자료에는 ‘연계’라고 표현해 혼선이 있었는데 환승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기본계획 단계에서부터 환승으로 검토해 왔다”고 해명했다.
국토부는 환승 방식으로도 홍성∼여의도 간 57분 주파(홍성역∼초지역 35분, 초지역∼여의도 22분)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충남도와 신안산선 민자사업자 등에 따르면 국토부의 운행시간 추산에는 최대 20분에 이르는 환승시간이 빠져 있다. 이 노선은 노약자와 짐이 많은 장거리 여행객이 적지 않아 환승에 시간이 걸린다.
국토부는 초지역∼여의도 운행시간을 22분으로 잡았지만 일부에 불과한 급행열차를 제외하면 소요시간이 17분 더 걸린다. 결국 홍성∼여의도 소요시간은 최대 1시간 34분이 걸리는 셈이다. 기존 장항선을 이용해 홍성에서 서울 영등포까지 1시간 49분 걸렸던 것에 비해 15분 단축되는 데 그친다. 시간이 더 걸려도 환승보다 직행을 선호하는 ‘환승 저항’ 현상까지 고려하면 서해선 이용 수요도 당초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홍성 등 서해선 주변 주민들은 “고속전철 좌석을 타고 가다가 사실상 입석인 지하철로 갈아타라는 건데 4조 원 들이는 공사의 효과가 고작 이 정도냐”라며 “경부·호남선, 강릉선 등 전국 주요 철도는 서울과 직결하면서 서해선만 환승 방식으로 하는 것은 지역 차별”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 직결 위한 대안 모색해야
국토부는 이미 착공한 신안산선 터널 크기가 작아 서해선 열차의 통과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직결에 따라 투자비용이 증가하게 돼 민자로 추진하는 신안산선 사업자와의 재협의도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토부의 의지가 있으면 직결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 중인 ‘대곡소사선(고양 대곡∼부천 소사)’도 경의중앙선과 직결 운행하는 데 성공했다. 대곡소사선 역시 신안산선처럼 민간자본이 사업 주체였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비용 부담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냈다. 조기에 대처한 덕분에 개통 일정에도 차질을 빚지 않았다.
2023년 개통 예정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선 역시 현재 수서∼지제 간 수서고속철도(SRT)상의 율현터널과 직결해 동탄역을 이용하는 경기 화성 주민들의 교통 여건을 개선했다. 서해선∼신안산선과 마찬가지로 운영 사업자가 국가와 민간으로 각각 달랐고, 열차의 최고 속도, 승강장 규격 등이 제각각이었지만 기술적 문제를 모두 극복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서해선처럼 장거리 교통수단인 간선 철도는 국가 광역교통망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직결로 방침을 바꿔야 철도 이용의 효용성을 제고해 장기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성=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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