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나가지 말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3000명에 육박하면서 중국 전역이 패닉에 빠졌다. 중국 당국이 외출 자제를 강력하게 권고해 중국 전역이 적막에 휩싸인 유령도시를 방불케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우한 폐렴 대응을 전담하는 당 중앙 영도소조를 만들기로 하는 등 중국 정부는 확산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26일 우한 폐렴은 잠복기에도 전염되며 증상 없는 환자까지 존재한다고 인정하면서 중국 시민들은 ‘걸어 다니는 전염원’들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
톈진(天津)에서 열차 내 환자가 승무원들을 전염시키는 등 광둥(廣東)성, 칭다오(靑島)시, 안후이(安徽)성에서 잇따라 ‘집단 감염’까지 발생했다. 베이징에서 9개월 여아도 감염됐다. 공중위생 전문가인 닐 퍼거슨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교수는 “내가 아는 한 감염자는 현재 10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北京)시는 27일 “모든 지하철역에서 체온을 검사해 37.3도만 넘어도 격리하겠다”는 충격 요법을 내놓았다. 베이징을 오가는 모든 시외버스 운행도 중단됐다. 중국 정부는 자금성, 만리장성, 상하이 디즈니랜드 등 중국 전역 주요 관광지를 폐쇄한 데 이어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를 다음 달 2일까지로 사흘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마트서 재채기했다고 싸워”
26일 오후 3시(현지 시간) 베이징 톈안먼(天安門)광장 인근 국무원 신문판공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한 약 100명의 기자는 모두 마스크를 썼다. 본보를 포함해 기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질문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22일 기자회견 때에는 중국 당국이 기자들의 마스크 착용을 제지했지만 태도가 180도 달라진 것.
춘제 연휴에 수만 명이 몰렸을 톈안먼광장엔 마스크를 쓴 수십 명의 관광객만 보였다. 우한 폐렴 사태로 잠정 폐쇄된 자금성(紫禁城)을 비롯해 베이징 중심가 창안(長安)대로 전체에 무거운 적막이 흘렀다.
중국 당국은 “(춘제) 모임을 취소하고 새해 인사를 하지 말고 집에 있는 게 애국”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교민들이 많이 사는 베이징 동북부 왕징(望京)에도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퍼졌다. 교민 커뮤니티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재채기를 했다’는 이유로 중국인들이 싸우는 모습을 봤다”는 글이 올라왔다.
○우한판 ‘주홍글씨’까지 등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은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500여 명의 교민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26일부터는 자가 차량 운행까지 금지됐다. 우한대 학생인 정태일 후베이성 한인회 사무국장(29)은 “우한 시내 대학들은 학교 출입문을 봉쇄하고 학생들에게 컵라면 등 인스턴트 식료품을 배급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한에서 고열에 피를 토하는 남편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전전했지만 실패한 샤오시 씨(36)는 “춘제 전날(24일)이 최후의 심판일(doomsday)처럼 느껴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저우셴왕(周先旺) 우한 시장은 “감염이 의심돼 자가 격리를 선택한 주민은 집 대문에 ‘표시’를 내걸라”고 밝혀 ‘우한판 주홍글씨’라는 지적도 나왔다. 후베이성과 인접한 허난(河南)성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도로를 파내 접근을 봉쇄하고 검문소를 설치한 뒤 총을 들고 후베이성 주민들의 진입을 막는 모습까지 목격됐다.
저우 시장은 또 “춘제로 이미 500여만 명의 후베이성 우한 시민이 우한을 떠났다”고 밝혔다. 27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우한에서 직항편을 이용해 한국으로 들어온 사람(한국인, 외국인 모두 포함)은 모두 1만27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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