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1시경 일본 도쿄 나카노구 역 앞. 상가 3층에 위치한 프랑스 요리 전문점의 창문에 ‘도와주세요’ 등의 글귀가 적힌 흰 종이가 붙어 있었다. 멀리서도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 A4용지 4장을 이어 붙인 큰 종이에 한 글자씩 적었다.
점심시간인데도 음식점에는 손님이 한 팀도 없었다. 마스크를 낀 직원들이 테이블 소독과 설거지만 하고 있었다. 이 음식점의 오무라 스케(大村俊亮) 대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긴급사태가 선언된 이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0% 줄었다”고 토로했다.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은 없어서 근처 직장인들을 겨냥한 5000원대 도시락 포장 판매를 개시했다. 그러나 임차료와 인건비 등 매달 발생하는 고정비 3200만 원을 감당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앞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음식점의 한 직원이 지난주 “지금 힘든 상황을 솔직히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요?”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창문에 ‘도와주세요’라고 솔직히 써서 붙여보자는 것이었다. 우아함을 추구하는 이 음식점 분위기와 맞지 않지만 오무라 대표는 곧바로 A4용지를 구해 직접 글자를 써서 창문에 붙였다. 그는 “지금 체면을 차릴 때가 아니다. 생계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라 솔직한 상황을 근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라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달 초 매출이 급감한 중소 사업자들에게 최대 200만 엔(약 220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신청은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된다. 실제로 혜택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린다. ‘이미 늦었다’는 푸념이 들린다.
1월 16일 일본에서 코로나19 첫 감염자가 나온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정부는 우왕좌왕하고 있다.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는데도 아베 총리는 28일 국회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사이 이미 식당은 폐업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오무라 대표는 “하루하루 버틸수록 손해만 커져 다 죽게 생겼다”면서 “무엇이든 제발 빨리 결정해 달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전문가회의에 참석하는 한 인사는 기자에게 “(현재 아베 내각은)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젊은층의 외출 자제를 촉구한다면서 아베 총리가 집에서 유유자적하는 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에 올린 것, 원격 재택근무 확대를 호소하는 정보기술(IT)·과학기술 담당상 자리에 아날로그 문화를 대변하는 ‘도장’의원연맹 회장을 기용한 것 모두 촌극이 아닐 수 없다. 감염자가 폭증하는데도 ‘일단’ 마스크 2장을 지급하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총리 관저 관료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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