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한 대학 경영학부의 A 교수는 최근 전공과목 중간고사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몇몇 학생들이 대리 시험을 모의한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제자들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기분이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A 교수는 조만간 강의실 수업을 시작하면 같은 범위로 한 번 더 시험을 치겠다고 공지했다. “정당하게 공부해 시험 본 학생을 보호하고 싶다. 두 시험의 점수차가 크면 성적을 0점 처리하겠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수업이 한창인 대학가에서 중간고사 시즌을 맞아 몸살을 앓고 있다. 온라인 시험인 점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르려는 학생들이 생기자 학교와 교수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A 교수의 수업을 듣는 한 학생은 “일부 몰지각한 이들 탓에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를 2배로 쏟게 됐다”고 토로했다.
한양대 공대의 한 교수는 부정행위를 방지하고자 ‘스피드퀴즈’ 형식을 도입했다. 온라인 시험에서 빨리 문제를 풀어 답안지를 제출할수록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몰래 답을 맞춰보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불합리하다고 아우성이다. 수강생 정모 씨(23)는 “차분하게 시험을 보는 스타일도 있는 건데 단지 빨리 답을 낸다고 점수를 더 주는 건 억울하다”고 했다. 성균관대에 다니는 최모 씨(25)도 “우리 학교 교양과목도 제한시간을 촉박하게 준다고 했다. 글 쓰는 속도가 느려서 걱정”이라 했다.
고려대에선 ‘온라인 특화 구술시험’도 등장했다. 문제가 컴퓨터 화면에 뜨면 정해진 시간 안에 구두로 답하는 영상을 찍어 올려야 한다. 영상엔 정면 상반신이 나와야 한다. 이 수업을 듣는 A 씨(25)는 “문제도 풀고 촬영도 하고 저장, 제출까지 해야 한다. 너무 복잡하고 힘들다”고 원망했다.
28일 비슷한 방식으로 시험을 보기로 한 고려대 공대에선 ‘사전 리허설’도 벌어졌다. 몇몇 학생이 컴퓨터 화상카메라를 통해 문제를 풀어 제출하는 연습을 했다. 수강생 이모 씨(21)는 “얼굴과 손이 무조건 나와야 한다는데 노트북 카메라는 이 각도가 쉽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했다.
그런데도 중간고사에 부정행위를 하려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한 사립대 커뮤니티에는 23일 “답안을 공유하는 단체대화방을 개설하자”는 글이 올라왔다. 수강생들이 문제를 제기해 결국 이 과목은 과제로 시험을 대체했다. 서울의 한 대학 물리학과에 다니는 박모 씨(26)는 “과목마다 비슷한 단체대화방이 1, 2개씩 있는 눈치”라고 했다.
연세대는 아예 교수진에 중간고사 온·오프라인 시험을 만류하는 공지를 내리기도 했다. 다만 권고 수준으로 강제성은 없다고 한다. 게다가 중간고사 없이 기말고사만으로 평가하는 것도 문제다. 재학생 천모 씨(25)는 “전공과목을 6개나 듣는데 모두 기말고사만으로 학점을 주면 너무 부담스럽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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