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 K파이낸스 - 한국금융 달라져야 산다]
위험 은폐-부실감독 곳곳 ‘폭탄’… 라임 사태 등 705건 2조원 분쟁
‘성장 조력자’ 역할 되찾는 노력 필요
“이제 죽을 때까지 절대 투자는 안 할 겁니다.”
몇 년간 예·적금으로 모아온 금쪽같은 2억 원은 1억1200만 원으로 반 토막이 나 있었다. 미국 국채 금리에 따라 최대 3%대 수익을 얻는 상품이라더니, 아니었다. 은행을 찾아 눈물로 매달렸지만 허사였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투자했던 신모 씨(71)는 “분쟁 조정을 통해 일부 돌려받았지만 결국 4000만 원을 날렸다”고 했다.
60대 주부 이모 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오른손과 얼굴에 마비 증세까지 나타났다. 5년 전 남편을 떠나보내고 사업을 정리한 뒤 전 재산 30억 원을 라임펀드에 투자했지만 투자금 대부분을 날릴 처지다.
금융투자 시장에서 대규모 투자 피해가 이어지면서 몸집은 커졌지만 체력은 부실한 한국 금융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상품 이름만 달라질 뿐 △투자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부실을 감추며 △내부 통제와 금융당국의 감시가 작동하지 않는 등 내용은 판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이 출렁임에 따라 앞으로도 추가로 폭탄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미 환매 지연 등으로 접수된 분쟁 조정은 705건, 관련 사모펀드 규모는 2조5000억 원대다.
투자 피해는 금융투자 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 마땅한 투자처를 정하지 못한 부동자금은 2019년 7월 말 961조 원에서 올 2월 말 1090조 원으로 늘었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펀드 등 간접투자 대신 주식 직접투자와 고위험 상품에 몰리는 근저에는 금융회사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금융시장이 중심을 잡고 ‘리빌딩’(새로 세우기)을 위한 큰 그림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금융이 기간산업을 지탱하고 혁신기업에 마중물을 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 금융회사의 뼈를 깎는 노력과 실력, 단순 규제기관을 넘어 성장의 조력자로서 역할을 하는 금융당국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성환 홍익대 교수(한국금융학회장)는 “소비자-금융회사-금융당국 3개 플레이어들 간 신뢰의 고리가 무너져 서로를 믿지 못하는 위기 상황”이라며 “감독 방향에서부터 소비자보호제도, 금융 교육에 이르기까지 시스템 전반을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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