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프랑스 퐁피두 메스 센터의 이우환 개인전을 가보니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 최윤정 파라다이스재단 이사장 말고는 한국인이 한 명도 없었어요. 르코르뷔지에가 건축한 라투레트 수도원에서 전시가 열릴 때도 한국인은 르코르뷔지에의 작품을 보러 온 건축학도뿐이었습니다.”
미술평론가인 김복기 경기대 교수는 최근 이우환 작가(84)의 예술세계를 살펴보는 책을 발간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2011년 미국 뉴욕 구겐하임 개인전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활동하며 국제 미술사로 편입한 손꼽히는 동시대 한국인 작가지만, 늘 가격 이야기만 앞설 뿐 ‘비평’은 절대적으로 빈약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출간된 책 ‘Lee Ufan―무한의 예술’(에이엠아트)은 국내외 필자들의 평론과 해외 전시의 현장 리뷰, 작가의 육성 인터뷰를 묶었다. 특히 구겐하임, 베르사유 개인전에 비해 덜 알려진 퐁피두 메스 센터(2019년), 디아비컨(2019년), 허시혼미술관(2020년) 등의 미공개 전시 화보가 풍부하게 실렸다.
김 교수는 “이우환의 작품이 시장에서 상한가를 치고 있다지만 실제로 그의 작품을 사는 사람들은 ‘이름만 높다’는 정도만 알지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며 “지난해 뉴욕 디아비컨 미술관에 이우환 코너가 생기는 등 의미 있는 일이 많았지만 근 10년간 그의 활동을 다룬 새로운 저서가 나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우환의 해외 전시 현장을 직접 찾았던 김 교수는 그의 작품이 최근 10년간 좀 더 ‘수다스러워졌다’고 했다.
“일본에서 활동할 적에는 축소 지향적인 사회 분위기를 닮았다가, 베르사유부터 야외 공간을 과감하게 활용하면서 이야기를 자꾸 만드는 경향이 돋보입니다. 이우환 선생도 최근 유럽의 전시에서 더 재미를 느낀다고 이야기하더군요.”
100쪽 분량인 책에는 김 교수는 물론이고 독일의 미술사학자 질케 폰 베르스보르트발라베, 미국의 미술사학자 바바라 로즈, 프랑스 퐁피두 메스 큐레이터인 장마리 갈레, 구겐하임 미술관 큐레이터 알렉산드라 먼로, 한국의 미술사학자 심은록 씨의 작품론이 실렸다. 이우환의 인터뷰와 작가 에세이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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