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현대미술가 호른 ‘한국의 풍경 그리기’, 30년만에 되살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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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대전 엑스포때 미술전 참여
설치작 지지대 유실… 일부만 남아
대전시립미술관, 원형 자료 확보
9월 엑스포 30주년展서 공개 예정

1993년 열린 미술전 ‘미래 저편에’의 사전 도록에는 레베카 호른의 작품 ‘한국의 풍경 그리기’가 벽에 붙은 기계 신체 아래 하이힐이 설치된 모습으로 실렸다(왼쪽 사진). 이후 호른은 설치 구상 드로잉에서 하이힐을 나무판으로 바꿨다.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1993년 열린 미술전 ‘미래 저편에’의 사전 도록에는 레베카 호른의 작품 ‘한국의 풍경 그리기’가 벽에 붙은 기계 신체 아래 하이힐이 설치된 모습으로 실렸다(왼쪽 사진). 이후 호른은 설치 구상 드로잉에서 하이힐을 나무판으로 바꿨다.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벽면에 달린 기계 팔이 붓을 들고 빨강, 파랑, 초록, 검정 물감을 묻힌 뒤 흰 벽에 칠한다. 물감의 일부는 흘러내려 아래로 떨어지고, 하단 나무판들에 이 물감이 묻으며 또 다른 그림이 생긴다. 인체를 탐구한 독일 현대 미술가 레베카 호른(79)이 1993년 대전에서 선보인 설치 작품 ‘한국의 풍경 그리기’다.

당시 유럽과 미국에서 주로 활동했던 호른은 1993년 대전 엑스포와 함께 열린 미술전 ‘미래저편에’에 참여하며 한국에 관한 작품을 만들게 됐다. 전시는 프랑스 퐁피두센터 초대 관장 폰투스 훌텐(1924∼2006)이 한국 큐레이터 임세택과 공동 기획했다.

호른의 ‘한국의 풍경 그리기’가 30년 만에 원형으로 복원된다. 대전시립미술관은 “9월 예정된 ‘미래 저편에: 대전 1993/2023’ 전시에서 호른의 복원된 작품을 공개할 것”이라고 9일 밝혔다.

호른은 자신의 몸에 커다란 뿔이나 긴 손가락, 연필이 달린 가면 등을 부착해 신체를 탐구하는 작업으로 1986년 카셀도쿠멘타상, 1988년 카네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작가가 됐다. 이후 작가의 몸에 부착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 신체’ 작품을 선보였다. 대전시립미술관이 소장한 작품도 이 연작 중 하나다.

작품은 현재 붓과 팔레트, 이것을 움직이는 기계 신체만 남아있고 하단의 나무판과 이를 설치하기 위한 지지대가 유실된 상태다. 김주원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은 “1993년 미술전 ‘미래저편에’가 엑스포 본행사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하며 제대로 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전시 모습과 드로잉 자료를 최근 확보해 원형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당시 발간된 사전·사후 도록을 비교하면 호른은 처음 구상 단계에서는 작품 하단에 하이힐을 배치했지만 현장에서 나무판으로 바꿨다. 그가 남긴 드로잉에서 이를 확인했다. 김 실장은 “훌텐이 전시 기획을 위해 수개월간 한국에 머물렀다. 이때 경북 경주 안압지를 본 뒤 전시장 형태를 이와 비슷하게 만들고 주제도 과학·기술보다 한국적 측면을 강조하자고 제안했다”며 “호른 역시 하이힐이 한국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해 형태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복원 작품을 선보이는 ‘미래 저편에: 대전 1993/2023’ 전시는 대전 엑스포 개최 30주년을 맞아 1993년 열렸던 ‘미래저편에’ 전시를 복원 재현한 것이다. 당시 선보인 다니엘 뷔렌, 장 팅겔리, 니키 드 생팔 등 세계 유명 작가들을 비롯해 운보 김기창, 백남준, 이우환 등의 작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독일 현대 미술가#레베카 호른#한국의 풍경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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