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에트 체제가 붕괴한 이후 낫과 망치를 든 인민이나 붉은 별이 그려진 포스터들은 이제 러시아 모스크바 거리에서 관광 상품으로 팔리거나 인터넷의 패러디, ‘짤방’으로 전락했다. 휴전선 너머 북한에서는 여전히 프로파간다의 수단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독특한 예술 장르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한 시대를 오롯이 반영한 예술로서의 공산주의 포스터의 흥망성쇠와 뒷이야기를 컬러 화보 300여 장과 함께 조명한다. 구소련을 비롯해 동유럽 몽골 중국 북한 베트남 쿠바 등 총 8장으로 구성돼 포스터 미술의 역사와 다양성을 가로지른다. 각국의 역사와 문화에 식견이 있는 큐레이터와 화가, 작가들의 에세이가 조화를 이뤄 포스터 뒤에 숨어 있는 당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점이 흥미롭다. 네덜란드의 우표거래상 빌럼 판 데르 베일이 모은 북한 포스터 1200장을 바탕으로 추려낸 북한 미술의 특징과 사회상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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