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10일 폐지… ‘인증서 춘추전국시대’ 막 올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8일 03시 00분


“더 쉽고 더 편리한 인증서 만들자” 얼굴-패턴-지문 인증수단 쏟아져
KB모바일인증서 앞서 나가지만 은행별 인증서, 호환성에 약점
금융결제원 주도 ‘금융인증서’ 주목
‘패스 인증서’ 등 핀테크도 가세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을 깔아 주세요.” “10자리의 암호를 설정해 주세요.”

10일부터 복잡하고 번거롭던 공인인증서를 쓰지 않고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금융거래를 할 수 있게 된다. 1999년 정부가 도입한 공인인증서가 폐지되기 때문이다. 은행과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회사들은 얼굴, 패턴, 지문 등을 활용한 다양한 인증수단을 쏟아내며 ‘공인인증서 없는 시대’의 경쟁을 시작했다. 더 쉽고 편리하며 안전한 ‘국민인증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 기존 공인인증서는 유효기간까지 사용

10일 시행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은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를 없앴다. 현재는 금융거래 및 공공기관 업무를 처리할 때 공인인증서를 써야 한다. 10일부터는 민간이 내놓은 다양한 사설인증서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유효기간이 남아 있는 기존 공인인증서를 계속 쓸 수 있다. 공인인증서는 ‘공동인증서’로 이름이 바뀐다.

KB금융은 공인인증서 없는 시대에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금융그룹이다. 지난해 7월 ‘KB모바일인증서’를 내놓아 500만 건 이상을 발급했다. KB모바일인증서는 발급받는 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패턴이나 지문, 페이스(얼굴 인식) 아이디 등으로 간편하게 로그인할 수도 있고 유효기간도 없어 재발급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최근 행정안전부의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후보사업자로 선정되며 영역을 금융 밖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종사업자로 선정되면 KB모바일 인증서를 통해 홈택스, 정부24, 국민신문고 등의 공공사이트도 이용할 수 있다.

다른 금융그룹도 맹추격 중이다. 하나은행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얼굴인증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한은행도 자체 인증시스템을 구축했다. 공인인증서가 없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고객도 동의, 가입 등 별도 절차 없이 간편 로그인(패턴, 간편 비밀번호, 얼굴, 지문) 수단만으로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 사설인증서는 사용범위에 제한

공인인증서에 비해 쉽고 편리하지만 은행마다 따로 설치해야 해 번거롭고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게 은행 자체 인증서의 한계로 지적된다. KB모바일 인증서는 KB금융 계열사에서는 활용할 수 있지만 다른 은행에서는 쓸 수 없다. 다른 은행들의 사설인증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금융결제원이 주도하는 ‘금융인증서비스(금융인증서)’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인증서는 은행권 자체 인증서와 달리 하나로 여러 은행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향후 홈택스, 정부24 등에서도 순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자체 인증서를 개발하지 않고 금융결제원 기반의 인증서를 도입했다.

정보기술(IT) 기업이나 핀테크 기업의 사설 인증서들의 성장세도 무시할 수 없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이들 인증서에 문을 열어주는 금융회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은 이동통신 3사가 추진하는 ‘패스(Pass) 인증서’를 통해 NH올원뱅크에 로그인할 수 있게 허용했다. 핀테크회사인 토스가 내놓은 ‘토스인증서’도 수협은행·SC제일은행·삼성화재·하나손해보험·KB생명 등에서 쓰인다.

인증 선점 경쟁이 은행권 협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KB금융은 신한·하나·NH농협·우리금융에 5개 금융지주 간의 공동 인증서비스를 제안하기도 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일부 회사와는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장윤정 기자 yunjng@donga.com
#공인인증서 폐지#금융인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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