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디지털 작품에 소유권… NFT가 지켜드려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30일 03시 00분


[블록체인이 가져온 거래 혁신]
가상화폐처럼 블록체인 바탕 원본의 진위 입증해 ‘소유’ 가능
복사-합성 쉬운 디지털 예술도 NFT로 원소유주 알 수 있어
패션디자인-주식에도 적용 초기단계지만 잠재력 지녀

올해 3월 열린 크리스티 온라인 경매에서 6930만 달러(약 785억 원)에 낙찰된 미국 출신 디지털 아트 작가 비플의 작품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지금까지 거래된 디지털 아트 작품 중 가장 높은 가격에 판매돼 화제가
 됐다. 크리스티 공식 홈페이지 캡처
올해 3월 열린 크리스티 온라인 경매에서 6930만 달러(약 785억 원)에 낙찰된 미국 출신 디지털 아트 작가 비플의 작품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지금까지 거래된 디지털 아트 작품 중 가장 높은 가격에 판매돼 화제가 됐다. 크리스티 공식 홈페이지 캡처
최근 미국의 디지털 아티스트이자 애니메이터 비플(Beeple Crap)의 디지털 아트 작품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가 무려 6930만 달러에 낙찰돼 크게 화제가 됐다.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정보에 대체 불가능한 고유성을 부여하는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 토큰) 기술 덕분이다. 그동안 디지털 아트는 누구나 복제할 수 있는 특성으로 인해 가격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영역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데이터 저장 형식 중 하나인 NFT가 등장하면서 디지털 아트 작품도 경매에서 고가로 낙찰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 디지털 자산에 소유 개념 도입


수많은 정보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상에 있어 거래의 기본이 되는 ‘소유’의 개념을 부여해주는 NFT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성장 중이다. NFT 관련 전문 포털사이트(nonfungible.com)에 따르면 2021년 1분기(1∼3월)에 NFT 매출 총액은 20억 달러를 넘었다. 2020년 4분기(10∼12월) 9400만 달러에 비해 2100% 증가했다. NFT의 소유권 부여 기능은 다양한 산업에서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정보에 소유자가 있고 이를 개인 간에 거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새롭게 생겨날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디지털 아트는 가장 빠르게 NFT를 받아들이고 변화하고 있는 영역이다. 지금까지 디지털 세상에서 생성되는 재화는 그 자체로 수익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사용자를 모아서 광고나 구독 같은 간접적인 수익모델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NFT로 인해 디지털 정보에 소유권을 부여할 수 있게 되면서 디지털 세상에서 만들어 내는 재화를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니프티게이트웨이(Nifty Gateway), 슈퍼레어(Super Rare) 등과 같이 아티스트들이 대중에게 자신들의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NFT 아트 거래 플랫폼도 등장했다. 이들은 NFT가 재판매될 때마다 판매 금액의 10%를 원작자에게 제공한다. 아티스트는 작품이 거래될수록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이처럼 합리적인 수수료 체계와 NFT를 통한 창작자들의 적극적인 시장 진입으로 디지털 아트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 메타버스 거래에도 큰 역할


NFT는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메타버스 속 의상이나 액세서리의 소유 및 거래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될 뿐 아니라 실제 패션 제품을 만들고 제공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유망한 패션 디자이너를 선별해 그들의 상품을 큐레이팅하여 판매하는 미국의 온라인 패션 플랫폼 기업 클로시아(Clothia)는 최근 NFT 드레스를 NFT 거래 플랫폼 파운데이션(Foundation)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고가의 제품은 약 7이더(ETH)로, 우리 돈으로 2000만 원이 넘는다. 만약 패션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가 NFT로 제작되어 누구나 거래할 수 있는 오픈형 마켓 플레이스에서 거래된다면 패션 기업들은 앞으로 NFT로 만들어진 아이디어를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매해 제품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의 소유 증명을 디지털 세상으로 연결하는 데 NFT를 이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비상장 주식 소유 증명을 NFT로 구현한 엔젤리그(Angel League)와 쿼타북(Quotabook)을 들 수 있다. 국내 핀테크 기업 캡박스가 출시한 엔젤리그는 엔젤투자조합을 구성해 개인투자자들이 비상장 주식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해 주는데, 이때 투자자들에게 조합 증명서를 NFT로 발행해 카카오톡에 탑재된 클립(디지털 자산 지갑)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국내 증권관리 플랫폼인 쿼타북은 비상장 주식회사의 증권관리 플랫폼 서비스로, 서류 형태로 관리되던 주식 미발행 확인서를 NFT로 발행해 카카오톡 클립에서 손쉽게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NFT에 접근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가벼운 실험부터 시도하는 것이 좋다. 미국의 멕시코 음식 프랜차이즈 타코벨은 타코 이미지로 5종의 NFT를 발행해 30분 만에 완판했다. 판매 금액은 대부분 기부했다. 작은 실험이지만 NFT에 대해 확실히 체험하고 다음 기획을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NFT라고 꼭 아트나 콘텐츠가 재료일 필요는 없다. 기업의 로고나 브랜드를 NFT화할 수 있고, 고객들의 멤버십 등급을 NFT로 만들 수도 있다.

다만 NFT를 위해 기존 사용자 경험을 망쳐서는 안 된다. NFT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 설계하면 블록체인의 복잡한 사용자 경험으로 인해 기존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을 망칠 수 있다. 처음 접하는 소비자도 프라이빗키, 지갑 주소 같은 어려운 개념 없이 NFT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NFT는 초기 단계 기술이고 시장도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했다.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남아 있다. 단기적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NFT가 줄 수 있는 변화를 예측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최근 고조된 NFT에 대한 관심은 점차 줄어들 수 있지만 NFT가 보여준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시장의 관심 정도에 따라가지 말고, NFT의 본질을 이해하며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dbr#블록체인#디지털 작품#소유권#n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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