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어제 1박 2일의 북한 국빈 방문을 마치고 돌아갔다. 시 주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북한이 합리적인 안전·발전 우려를 해결하도록 힘닿는 데까지 도움을 주겠다”며 적극적 역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김정은은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방북은 북-미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섣부른 기대로 끝나는 듯하다. 시 주석이 ‘정치적 타결’을 강조하며 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김정은은 여전히 ‘인내심’을 내세워 버티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김정은은 “많은 적극적 조치를 취했지만 긍정적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미국에 불만을 표출했다. ‘연말까지 미국의 셈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기존 입장 그대로다. 김정은의 유례없는 환대에 시 주석이 대북 지원과 교류 확대로 보상할 경우 고갈돼 가는 북한의 체력만 보충해줄 수도 있다.
중국이 자임한 적극적 역할은 향후 비핵화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공산이 크다. 시 주석이 돕겠다는 북한의 안전 문제는 이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월 김정은을 만난 뒤 주장한 ‘비핵화와 안전보장 맞교환’과 같은 얘기다. 시 주석은 당장 다음 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북한의 요구를 대변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민감한 관심사인 주한미군 철수와 핵 전략자산 퇴거 같은 동북아 안보문제를 제기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미궁에 빠뜨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핵 문제의 해결 과정에 중국을 마냥 배제할 수는 없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보장자로서 중국의 역할은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북-미 협상이 한 치의 진전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의 등판은 일러도 너무 이르다. 당장 기존 북-미 2자 또는 남북미 3자 논의 구조가 남북미중 4자로 바뀌면 그 해법도 복잡하게 꼬일 수밖에 없다. 특히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터에 중국이 중재자를 자처하며 한반도를 미국과의 흥정거리로 삼는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그것은 한반도 남과 북 모두에 끔찍한 악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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