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는 왜 실패하는가?[동아광장/최종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일 03시 00분


문재인 정부의 좌파적 정책 실험… 일자리는 줄고, 소득 격차는 늘고
‘결과의 평등’ 고집하면 폐단 쌓여… 시장에 맡겨야 창의-혁신 꽃핀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동안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체제 경쟁을 했다. 그 결과 소련이 해체되고 중국이 시장경제를 도입하게 됨에 따라 체제 전쟁은 자본주의의 승리로 끝났다. 그런데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물’간 것으로 생각된 정부 주도의 좌파적 정책 실험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됐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강행, 공무원과 공기업의 증원, 노동시장의 경직성 강화, 자율형사립고 축소, 재정 지출의 확대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2년간 좌파 정책의 결과는 기대와 달리 우리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기업 환경은 나빠져 상반기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는 300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였고 경제성장률도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다. 경제 중심 계층인 30, 40대 일자리는 줄고 60대 이상 아르바이트 같은 일자리가 재정 지출에 의해 늘어났다. 최저임금 등의 부작용으로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는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좌파 정책은 왜 이렇게 실패하는가? 가장 큰 오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고 있다. 인간이 이기적 동물이라는 점을 망각하고 있다. 공산주의는 빈부격차의 원인이라고 사유재산제를 없애버렸다. 사람은 사유재산의 인센티브가 없으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했다. 좌파는 정부가 명령하면 국민은 그대로 따를 것이라는 순진한 발상에서 어설픈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영세한 자영업주나 중소기업은 자기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자동화로 대처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지 못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화도 마찬가지다. 여건을 개선하지 않고 정부가 명령만 하니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좌파는 자유보다 평등을 우선시한다. 사람은 평등하기를 원한다. 기회의 평등 추구는 바람직한데 좌파는 ‘결과적 평등’을 추구한다. 앞서가는 사람의 발목을 잡을 것이 아니라 뒤처진 사람이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것이다. 평등을 추구하므로 평가와 경쟁도 기피하는 게 좌파의 또 다른 특징이다. 최근 초등생들의 기초학력 저하가 심각해져 학력 실태 파악을 위해 정부는 학력 평가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전교조 교사들은 이 시험을 반대하고 있다. 학력 평가시험 결과가 나오면 경쟁이 촉진되고 경쟁은 갈등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좌파 노조는 성과급제도 반대한다. 근로자 간의 경쟁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자율형사립고를 없애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똑같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좌파는 경쟁이 갈등을 유발한다는 생각만 하고 경쟁 없는 사회가 근로 의욕을 저하시킨다는 점은 잊고 있다. 평등을 우선시하다 보니 자유는 뒷전이다. 중소기업, 자영업자, 농민, 기존 근로자뿐만 아니라 의사, 약사 등 기득권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각종 규제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좌파는 시장 기능을 불신하고 정부 능력을 과신한다. 과거 소련의 정부 계획경제는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역사적 심판이다. 그런데 최근 양극화 등 시장 기능의 일부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정부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예컨대 정부의 직접 규제로 가격을 안정시키려 한다. 서울 강남 등의 아파트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재개발,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고 아파트 분양가 규제를 민간아파트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들은 양질의 아파트 공급을 줄이는 것이다. 공급 축소가 어떻게 아파트 가격 안정 대책이 되는가? 일자리도 기업 활성화보다는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 재정 지출로 늘리려 한다. 과거 사회주의 정부의 실패 사례를 답습하고 있다.

이처럼 좌파 정책은 시장 기능보다 정부 규제를 선호하고 자유보다 평등을 지향한다. 현재의 정책 기조가 지속되면 우리 사회는 기업 의욕과 근로 의욕이 저하되어 역동성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시장 기능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안보, 치안 유지, 안전 등 시장 기능이 할 수 없는 분야는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노약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기본생활 유지와 양극화 축소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같이 기업이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시장 기능에 맡겨야 한다.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로봇 등 급속한 과학 기술 발전 시대에는 어느 때보다도 창의와 혁신이 필요하다. 자유가 제한되고 열심히 일한 대가가 없으면 창의와 혁신은 확대될 수 없다. 우리 경제가 활성화되려면 경제 정책의 기본 원칙을 시장 기능의 활성화, 자유 창달, 결과적 평등이 아닌 기회의 평등으로 바꿔야 한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좌파#경제성장률#최저임금#소득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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