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어제 이라크의 미군기지 2곳에 미사일 22발을 발사했다. 미국의 이란군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사살에 ‘피의 보복’ 작전을 감행한 것이다. 구체적 피해 규모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미국이 본격 반격에 나서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란의 보복 공격은 예상보다 빨랐다. 이란 내 반미 여론을 감안해 항전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전면전으로 갈 것 같지는 않다. 이란이 신속한 보복에 나섰지만 ‘비례적 공격’을 내세우고 있다. 군사강국과의 맞대결은 피하면서 산발적 공격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이 ‘비균형적 반격’이란 훨씬 막대한 응징을 경고했지만 전면전 개시에는 의회 승인과 국제 연대 등 과정이 만만치 않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으로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위험한 불구덩이에 쉽사리 뛰어들 수도 없는 처지다. 이란은 미국 본토 공격까지 위협하며 다른 국가들엔 “미국의 반격에 가담하면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으로 이란이 중동의 석유시설을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70%에 달하는 한국 경제는 큰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그동안 우리 선박 보호와 해양 안보 기여 차원에서 단계적인 호르무즈 파병을 검토해왔다. 아덴만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호위연합 활동에 투입하는 수준이었는데 향후 파병 성격은 크게 달라질 것이고 국회 동의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검토 방향이 바뀔 수는 없다. 파병 규모와 시기, 방법 등을 신중히 면밀하게 검토하되 동맹에 기여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호르무즈 파병은 방위비분담금 협상 등 동맹 현안을 둘러싼 미국의 불만을 잠재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긴장 국면에 빠진 북핵 협상과 관련해 미국의 유연한 태도를 이끌어내겠다는 문재인 정부로서는 동맹과의 파병 협의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 동맹의 요청에 뒷걸음질치며 신뢰를 잃는 어리석은 외교로는 국민 생명도 국익도 지킬 수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