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통은 하나도 안 아까워요. 직접 드리지 못해서 아쉽지만 어려운 분들께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요.”
서울 종로구에 사는 안준서 군(7)이 또박또박 말도 잘했다. 4일 통화 내내 살짝 부끄러워하면서도 “저도 ‘코로나바이러스’가 뭔지 알아요”라고 또렷하게 답했다. 준서 아버지는 “우리 애는 물론 친구들 모두 기부 물품을 직접 전하고 싶어 했다”고 귀띔했다. ‘명륜어린이집’ 원아들은 이날 고사리 손으로 10개월 이상씩 모은 저금통을 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퇴치에 써 달라며 혜화동주민센터에 기부했다.
코로나19로 비탄에 빠진 대한민국을 보듬으려는 작지만 소중한 온정이 하얀 눈처럼 소복소복 쌓이고 있다. 특히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누군가의 기부가 모범이 되며 여기저기서 ‘온정 릴레이’로 이어지고 있다.
명륜어린이집 원아 60명이 내놓은 저금통에서 나온 돈은 모두 약 47만 원. 대부분 100원, 500원 동전들이다. 아이들이 착한 일을 할 때마다 칭찬과 함께 받은 용돈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33만 원으로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샀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전달했다. 이경아 명륜어린이집 원장은 “기호물품이 더 뜻 깊어 보여서 마스크 등을 샀다. 그런데 너무 구하기가 어려워 애를 먹었다”며 귀띔했다.
2일 동아일보에 실린 기초생활수급자 강순동 씨(62)의 기부 사연을 읽고 아껴둔 세뱃돈을 꺼낸 학생들도 있다. ‘의사 꿈나무 3형제’인 조용한(18) 승환(16) 성민(12) 군은 4일 길음2동주민센터를 찾아 “대구동산병원 의료진들을 위해 쓰면 좋겠다”며 30만 원을 기부했다. 용한, 승한 군은 “큰 돈은 아니지만 다른 분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되고 싶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막내인 성민 군도 “의사 선생님들이 열심히 치료하는데도 돌아가시는 분들이 있어 돕고 싶다”고 했다.
평범한 시민들의 기부도 이어졌다. 경북 경산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승연 씨(33)는 3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23개월 된 딸 명의로 100만원을 기부했다. 김 씨는 “아이가 태어난 뒤 어린이 복지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코로나19로 복지시설이 연달아 문을 닫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정릉3동 주민센터에 100만 원을 기부한 진욱상 백산출판사 대표는 “좀 더 많이 기부하고 싶었는데 아쉬울 따름”이라 말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기부릴레이’가 유행하고 있다. 대구 등에 있는 코로나19 의료 현장에 성금을 릴레이로 낸다. 성금을 보낸 뒤 ‘인증 샷’을 찍어 올리며 다음 순서 2명을 지목하는 식이다. “의료진과 봉사자들이 마스크 하나라도 더 쓸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는 이 캠페인은 비교적 부담 없는 기부액으로 젊은층도 다수 동참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