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의혹 파문 확산]장영표 교수에 보낸 초고 워드파일
딸 인턴 끝난지 3주 지나서 서울법대 SW 깔린 컴퓨터로 작업
딸 PC로 편집한 자소서와 대비… 장영표, 부모가 도움 준걸로 파악
조국, 간담회서 “논문 최근에 알아”
‘만든 이=조국, 마지막으로 저장한 사람=조국.’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54)의 딸 조모 씨(28)가 2007년 한영외국어고 1학년 당시 1저자로 등재된 의학 영어 논문의 책임저자인 단국대 장영표 교수에게 보낸 논문 초고 파일에 담긴 정보다. 2007년 8월 26일 작성된 ‘조○_draft.doc’라는 제목의 MS워드 파일 속성 정보에는 문건 작성자와 수정자로 조 후보자 이름이 두 차례 등장한다. ○ 2쪽 문서 초고 본 뒤 “형편없다” 보완 지시
장 교수는 최근 단국대 연구윤리위원회와 대한병리학회의 조사 과정에서 조 씨의 기여도를 설명하기 위해 이 파일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 파일의 속성 정보는 해당 문건의 탄생 및 수정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알리바이다. ‘조○_draft.doc’ 파일의 문서 속성 정보상 회사명(프로그램을 구입한 곳)은 조 후보자가 소속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콘텐츠 작성일은 ‘2007년 8월 26일 오후 10시 6분’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법대에서 구입한 워드프로그램으로, 일요일 늦은 저녁 작성됐다는 뜻이다. 문건의 최종 저장자도 ‘조국’이었다. 수정 횟수는 2번으로 표시됐다. 통상 문서를 처음 저장하면 자동으로 수정 횟수가 1로 적히기 때문에 최초 작성 후 한 번 수정돼 저장됐음을 알 수 있다. 논문의 저장 시간(2007년 8월 26일)은 같은 달 3일 인턴이 끝난 지 3주가 넘은 시점이었다.
조 씨가 고려대 입학전형 당시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자기소개서 파일에도 ‘만든 이 조국’이 등장한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저장한 사람은 조 씨의 영문명으로 되어 있다. 원본을 처음 작성한 컴퓨터 주인은 조국이지만 문서를 최종 편집한 곳은 조 씨의 PC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등학생이던 조 씨가 아버지 노트북이나 PC로 논문 초고를 작성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 경우에도 조 후보자가 논문 정보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문서 속성을 조작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
한 포렌식 전문가는 “직접적인 조작은 어렵겠지만 파일을 다시 저장하거나 PC의 날짜나 시간을 변경한 후 다시 저장하는 방법으로 최종 수정일자는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 교수가 소명자료를 내면서 문서의 속성 정보까지 고의로 변경했을 개연성은 낮다. ○ “보완 작업은 조 씨 부모 중 한 명이 했을 가능성”
장 교수는 A4용지 2쪽 분량의 조 씨가 보낸 논문 초안을 본 뒤 조 씨에게 보완 및 수정을 추가로 지시했다고 한다. 장 교수는 “초고는 용어도 틀리고, 오타도 있었고, 너무 형편없었다”고 소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정 보완된 파일은 이미 검찰이 압수수색을 할 때 모두 가져가 초고만 낼 수밖에 없었다”며 그 파일들을 제출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교수는 당시 조 후보자 또는 부인 정모 동양대 교수가 조 씨의 논문 보완 및 수정에 도움을 줬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 씨는 1저자로 등재된 논문의 ‘저작권 이양 동의서’에 직접 서명을 하지 않았다. 규정상 책임저자와 공동저자는 모두 자필로 이름을 적고 서명을 하도록 되어 있다. 본인이 직접 하거나 당사자의 동의가 있을 때에만 서명이 효력을 발휘한다는 뜻이다. 동의서는 2009년 3월 24일 논문이 게재될 무렵 제출됐다.
하지만 동의서는 여러 사람의 서명을 얻은 것처럼 꾸며져 있지만 한두 사람의 필적만 확인된다. 논문에 참여한 연구원들의 개별 동의가 없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대한병리학회에 “모든 것을 제 책임하에 했고, 저자 역할에 맞는 사람은 혼자”라는 취지로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저자들은 “논문에 기여한 게 없다. 결정에 따르겠다”는 취지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최근에 딸 논문 알았다”는 조 후보자 사실일까
조 후보자는 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딸의 논문에 대해 “그 당시에는 그 과정을 상세히 알지 못했고, 최근 (장관 후보자로서) 검증 과정에서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당연히 고등학생이 주도할 글이 아니고 당시 1저자 판단 기준이 엄격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도 온전히 딸의 노력으로 받은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장 교수가 인터뷰에서 저희 아이에 대해 ‘놀랍도록 열심히 했다’고 했고 아이가 영어를 잘하는 편”이라며 “저자 순위는 책임교수 재량에 많이 달려 있었던 것 같다”고 장 교수에게 책임을 넘겼다. 고교 1학년 때 의대 인턴 활동에 대해서도 “저와 배우자는 전혀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조 후보자의 해명과는 다른 정황이 추가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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