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선의 해상 노크 귀순 사건으로 경계 실패와 축소·은폐 의혹을 받아온 군이 이번엔 거동 수상자를 놓치자 사병을 허위 자수하게 만들어 사건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방부 장관이 사과하고 대통령까지 관련자들에게 엄중 경고한 북한 어선 사건이 발생한 지 3주도 안 돼 또다시 드러난 군의 기강 문란은 충격적인 수준이다.
이번 사건은 4일 오후 10시경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 무기고에 침입한 거동 수상자를 놓치면서 시작됐다. 군 당국은 거동 수상자를 목격한 초병의 진술 등을 토대로 부대원 소행으로 추정하고 서둘러 상황을 종결했다. 다음 날 한 병사가 자신이 거동 수상자라고 자수했는데 조사 결과 상관인 영관급 장교가 허위 자수를 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경계 실패 책임을 면하려고 군 지휘관이 병사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며 허위 자수를 시킨 것은 명백한 범죄 행위다. 이 과정에서 병사를 상대로 어떤 회유와 강압이 있었는지도 밝혀야 한다.
이 같은 군의 발표 내용조차도 신뢰하기 어려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도대체 어떤 정보로 거동 수상자가 내부 부대원이라고 단정했는지, 무슨 근거로 단시간에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는지 다 의문투성이다. 사건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오리발에 대해 군 당국은 “군 골프장 관리원의 개인 소지품”이라고 설명했지만 더 조사해야 한다. 동해안 경계가 뚫린 것처럼 서해안 경계에 구멍이 났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조사를 종결했다면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해당 부대가 이 사실을 쉬쉬하며 덮기 위해 일주일 가까이 상부에 보고조차 안 했다는 사실이다. 군 출신인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이 어제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예고하자 군 당국은 회견 20분 전에 부랴부랴 언론에 이 사건을 알렸다. 그동안 합참은 사건 자체를 파악하지도 못했다.
이번 사건은 한 장교의 개인적 일탈로만 볼 수 없다. 사건을 덮기 위해 조작까지 한 것은 우리 군의 총체적인 기강 문란이다. 서둘러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은 북한을 의식하는 군 수뇌부의 심기를 살핀 꼼수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들이 완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철저한 재조사를 벌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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