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어제 일본이 전략무기 수출관리 우대대상국인 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려는 방침에 대해 즉각적 철회를 촉구하는 공식 의견서를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백색국가 지정을 철회하는 절차를 속속 밟고 있다. 어제까지 의견수렴을 마친 일본은 앞으로 각료회의 의결을 거쳐 내달 중 관련 법령 개정을 강행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의견수렴 결과 찬성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언론에 흘리고 있다.
일본은 일련의 규제 조치를 ‘수출관리의 재검토’라며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스스로도 논리가 꼬이고 있다. 백색국가 제외 사유와 관련해 일본은 정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억지일 뿐이다. 27개 백색국가 중 협의체 운영은 한국을 비롯한 4개국에 불과하다. 수출관리와 관련해서도 무역관리 규정을 위반했다는 객관적 사실과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금지하는 수출입 제한과 차별적 조치에 해당된다. 이런 국제규범 위반에도 일본은 억지 주장만 늘어놓으며 계획대로 추가 보복조치를 강행하려 한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글로벌 경제와 자유무역에 심각한 악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2주 동안 반도체 D램 가격이 23% 인상됐다.
미국 반도체공업협회 등 6개 단체는 어제 “일본의 수출 규제가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한일 양국에 보냈다. 이들 단체는 특히 이번 조치가 일본에도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이 정치적 보복수단으로 무역제재를 휘둘러 국제 분업체계를 흔드는 것은 결국 자유무역 질서의 교란자로 낙인찍히고 제 발등을 찍게 될 뿐이다. 일본 정부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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