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어제 예정대로 한국을 백색국가(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 국가)에서 배제하는 ‘수출무역관리령’ 시행에 들어갔다.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절차가 대폭 강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언제 어떤 품목이 개별심사 품목으로 지정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일본의 무역보복을 위한 제도적 장치 세팅이 끝남에 따라 한일 갈등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응해 소재·부품·장비 분야 100개 이상 핵심품목 연구개발(R&D)에 내년부터 3년간 5조 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침도 거듭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일본이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한일관계 복원을 위한 대화에 성의 있게 임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며 “우리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긴 안목으로 일관되게 키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부와 경제계가 한목소리로 부품·소재·장비 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지금이 어쩌면 우리 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기회일 수 있다. 과학기술혁신본부 김성수 본부장은 27일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는 R&D 대책 발표에서 “과학기술인의 자존심”을 강조하며 “이번에야말로 과학기술인이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다짐했고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김 본부장이 지적한 것처럼 그동안 첨단산업 미래산업 쪽의 R&D 예산은 많이 늘었지만 국가 주력산업에 대한 R&D 투자는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핵심품목 연구개발 지원뿐만 아니라 세제 인허가 금융 등에서도 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일본 측에서는 추가 보복 조치로 관세 인상, 송금 규제, 비자 발급 기준 강화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면밀히 대응하되 장기적 안목으로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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