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멧돼지도 SLBM도 北 눈치, 靑 심기만 살피는 정경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5일 00시 00분


지난달 17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국내 첫 발병 직후 북한 멧돼지를 통한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이 제기되자 국방부는 “올해 남한으로 넘어온 북한 멧돼지는 없다”고 일축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2일 국정감사에서 “우리 경계체계 등이 모두 완벽해서 북한 멧돼지는 절대 들어올 수 없다”고 장담했다. 그런데 하루 뒤 환경부는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어제 “DMZ 멧돼지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니 큰소리친 정 장관은 민망하게 됐다.

ASF 방역대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감염 경로 파악이 선결 과제다. 하지만 북한이 5월 국제기구에 ASF 발병 사실을 알린 뒤 남한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됐는데도 정부는 북한 경로에 대해선 쉬쉬해왔다. 국가 재난 사태로 번질 수 있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임해야 할 텐데도 왜 ‘북한’ 언급만 나오면 위축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 장관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에 대해 “9·19 남북 군사합의에는 미사일 발사를 금지한다는 표현은 없다”고 말한 것도 지나친 북한 감싸기다. 9·19 군사합의 전문은 ‘남북이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의 SLBM 도발은 이 합의정신을 정면 위반한 것이다. 북한이 쏜 SLBM은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데다 사거리에 남한 전역이 포함된다. 정 장관이 청와대가 주도하는 남북화해 분위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다 보니 북한 강박증을 보이는 것 같다. 최일선에서 안보를 책임지는 국방부 장관만은 정치적 판단 없이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slbm#정경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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