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러시아까지 번번이 카디즈 무시, 韓美日 공조 강화로 대응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4일 00시 00분


러시아 군용기 6대가 22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6시간 동안 휘젓고 다녔다. 출동한 우리 전투기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해에서 제주도 남쪽으로 서해 태안반도 인근까지 한반도를 포위하듯 비행했다. 러시아 군용기들은 7월 23일 KADIZ를 거쳐 독도 인근 영공을 두 차례 7분간 침범한 바 있다. 8월 8일 다시 KADIZ에 무단 진입했을 때 우리 군은 숨기고 있다가 일본이 밝히고 나서야 사실을 인정했다.

22일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진입은 러시아 국방부 대표단이 한-러 합동군사위원회를 위해 하루 앞서 방한한 시점에서 이뤄졌다. KADIZ 무단 진입 정도에는 시비도 걸지 말라는 위력 과시처럼 보였다. 어제 열린 한-러 합동군사위원회에서 우리 군은 러시아에 항의하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으나 러시아는 “국제 규범을 준수하면서 비행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국제법상 방공식별구역 진입은 영공 침범과 달리 불법으로 취급되지 않지만 방공식별구역에 들어가기 전에 상대국에 알려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 관례다.

영공을 침범한 군용기는 격추시킬 권리가 상대국에 있다. 러시아의 영공 침범에 명백한 사과도 받아내지 못하고 KADIZ 진입은 숨기는 데만 급급하니 러시아가 우습게 여기고 마구 들어오는 면도 없지 않다. 수년 전부터 KADIZ 무단 진입을 일삼아온 중국은 이제 대놓고 “KADIZ는 영공이 아니므로 각국이 비행할 자유가 있다”며 무시 전략으로 나오고 있다.

한일관계 악화로 한미일 공조 체제가 약화되는 틈을 타 중국과 러시아가 동북아 하늘에서 동시에 공세를 강화하는 형국이다. 또다시 우리 영공 침범 시 격추도 불사한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이고, 한미 군사동맹과 미일 군사동맹을 토대로 한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만이 동북아 하늘에서 지켜온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길이다.
#러시아#카디즈#한일관계#한미일 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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