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 달 넘게 몰랐던 네 모녀의 죽음… 단절과 소외의 짙은 그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5일 00시 00분


서울 성북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70대 여성 김모 씨와 40대 딸 3명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다가 ‘하늘나라로 간다’는 내용 등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성인인 네 모녀가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겪었을 갈등과 괴로움을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번 사건이 더 가슴 아픈 것은 네 모녀가 사망한 지 한 달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동안 그 누구도 몰랐다는 점이다. 네 사람이 세상에서 사라졌는데도 한 달 넘게 아무도 연락을 취하거나 찾아 나선 이가 없었을 만큼 고립과 단절이 극심했던 것이다. 숨진 김 씨는 동네 슈퍼마켓을 운영하다가 망했고, 딸들도 2013년 주얼리 가게를 열었지만 보증금까지 날리고 3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들 모녀는 수천만 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정부는 2017년 9월부터 사회복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찾아내기 위해 금융정보와 연체정보를 활용하고 있지만 김 씨 모녀는 그런 안전망에 체크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2년간 연체 금액이 1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인 사람들의 정보를 금융위원회에서 제공받지만 숨진 모녀는 각각 채무 금액이 100만 원 이하거나 1000만 원 이상이어서 통보 대상에서 빠졌다. 김 씨는 지난달까지 건강보험료 3개월분을 체납했지만 정보 수집 범위 기준이 ‘6개월 이상 체납’에서 ‘3개월 이상’으로 바뀐 지난달 말 이전의 일이어서 모니터링 대상에서 빠졌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려고 기울여온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빈틈이 여전했던 것이다.

복지예산을 늘리는 일만큼,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제때 도움이 제공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짜야 한다.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서 희미해진 이웃에 대한 관심을 복원하는 일도 중요하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이들이 주변에 없는지 둘러보는 일이야말로 ‘성북 네 모녀’ 사건 같은 비극적인 일을 막는 출발점이다.
#성북구 네 모녀#복지 사각지대#경제적 어려움#송파 세 모녀#사회안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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