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親黃, 구시대 일색… 플래카드만 ‘쇄신’인 한국당 총선기획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6일 00시 00분


자유한국당이 그제 총선기획단을 발족하고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 기획단은 인재영입과 보수통합을 추진하고, 총선 로드맵을 짜는 역할을 하게 된다. 황교안 대표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공천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출범하자마자 당 안팎에서는 새 피는 고사하고 친황(친황교안) 일색인 기획단이 제대로 된 변화를 이끌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2명 중 10명이 현역 의원인 데다 나머지도 당 조직부총장, 당 대표 상근특보 등 내부 인사들이다. 20, 30대는 고사하고 40대 두 명을 제외하면 전부 50, 60대에, 여성은 비례대표인 전희경 의원 한 명뿐이다. 외연 확대는커녕 기득권, 고령화, 남성 편중 등 오히려 한국당이 쇄신해야 할 요소들만 모아놓은 모양새다.

과거로 회귀한 듯한 총선기획단 인선은 조국 사태 등으로 영남권에서 한국당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전직 당 대표 등 당의 위기에 책임을 지겠다고 앞장서야 할 이들이 벌써부터 대구·경남 지역을 기웃거리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위기감을 느낀 청년 당원들의 쇄신 요구 등 문제 제기를 내부 총질로 모는 행태도 여전하다. 기획단은 인재영입과 보수통합을 추진한다지만 윗물부터 이런 정당에 어떤 참신한 사람들이 들어오고 싶어 할지 의문이다. 오죽하면 “내부 총질을 하는 건 변화 없는 지도부”라는 말까지 나오겠나.

한국당은 지난 3년여간 20대 총선 참패, 대통령 탄핵, 지방선거 전멸 등 사실상 당 해체 수준의 심판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근본적인 성찰과 체질 개선 노력은 없었다. 현 정권의 오만한 행태는 한국당과 보수 정치권의 무능 탓도 크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제대로 된 야당이 존재했다면 조국 사태 등 정부 여당의 폭주는 쉽게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뼈를 깎아내는 결단 없이 당의 외연을 확장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자유한국당#총선기획단#황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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