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방위비, 지소미아… 美 전방위 압박에 즉흥대응으론 안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7일 00시 00분


미국 국무부의 키스 크래치 경제차관과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어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한미 간 각종 현안을 논의했다. 여기에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분담금협상 대표도 예정에 없이 비공식 방한했다. 보름 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와 연말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 시한을 앞두고 미국의 한반도 책임자들이 대거 한국에 출동한 것이다.

미국은 마치 한국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건 국익 최우선 외교의 시험장이라 여기며 동시다발적 압박을 통해 구체적 성과를 얻겠다고 벼르는 분위기다. 거시적으론 인도태평양전략에 한국의 참여를 확보하면서, 당장엔 한미일 3각 체제 유지를 위한 지소미아 복원을 유도하고, 동시에 분담금 협상에서 더 많은 돈을 받아내겠다는 태세다. 이달 23일 지소미아 종료와 연말 분담금 협상 시한에 몰린 한국이 공교롭게도 미국의 시험 케이스가 된 셈이다.

하지만 한국은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듯하다. 동맹관계는 그대로 유지하되 북한 중국은 자극하지 않으려는 어정쩡한 태도만 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때그때 임기응변식 대응만 있을 뿐 새로운 변수가 돌출하기라도 하면 허둥지둥하기 일쑤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마저 돈으로 계산하는 지독한 현실주의 노선을 밀어붙이는데, 우리 정부는 북쪽만 바라보며 북-미 협상이 잘되면 문제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기대고 있는 형국이다.

당장 첫 시험대는 지소미아 문제다. 지소미아는 한일만의 문제가 아닌 한미, 나아가 동북아 차원의 전략적 견지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다. 자존심이 국가 정책이 될 수 없다. 일본의 태도 변화만 기다리며 여유를 부릴 때도 아니다. 우리 안보의 미래를 바라보는 포괄적 전략 없이는 중국의 팽창과 미국의 봉쇄가 충돌하는 지점에 홀로 위태롭게 서있을 수밖에 없다.
#지소미아#방위비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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