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임 전 실장은 “제도권 정치를 떠나 통일 운동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모든 사람이 남보고만 용퇴하라, 험지에 나가라고 한다”며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인 한국당을 해체하고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고, 민주당 내 주류인 386운동권의 대표 주자 격으로 여겨져 왔다. 3선인 김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을 정도로 지역구 관리가 탄탄하고, 나이도 40대다. 그간 불출마 선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도유망한 두 사람의 이력 때문에 이번 불출마 선언이 지지부진한 여야의 쇄신 움직임에 미치는 파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역 의원의 불출마나 물갈이가 정치 개혁의 전부는 아니다. 경륜 있는 중진의 역할도 필요하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현재의 중진들은 낡은 정치와 기득권 유지에 급급하는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이고 있다. 여당에서는 청와대를 향해 무게 있는 고언을 하는 중진을 찾아보기 어렵고, 야당 중진들은 공천에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받을까 봐 몸을 사리고 있다. 김 의원은 “지금은 경험이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는 시대”라고 완곡히 표현했지만, 선수만 높아져 화석화돼 가는 정치인들에 대한 일갈임을 새겨들어야 한다. 낡은 이분법적 시각에 매몰돼 있는 민주당이나, 모든 것을 반문(반문재인) 정서에만 기대고 있는 한국당의 체질이 바뀌지 않는 것은 과거의 정치 문법에 굳은 습관적 정치 행태 탓도 크다.
구태 정치를 바꾸려면 새로운 인물과 비전의 출현은 필수적이다. 중진 정치인들이 스스로 후진을 위해 길을 비켜준다면 인위적인 ‘물갈이’의 후유증도 줄고 ‘살생부’란 말도 안 나올 것이다. 위기 극복과 도약을 위한 새로운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새로운 것이 낡은 것을 이긴다. 두 정치인의 불출마 선언이 고인 정치판에 혁신과 변화의 물꼬를 터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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